[무비톡톡] 그 많던 멜로영화는 어디로 갔을까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10.27 17: 02

'동감', '봄날은 간다', '약속', '접속' 등. 90년대 말, 2000년대 초 대중의 감성을 적셨던 수많은 멜로 영화들 하지만 어느순간 정통 멜로 영화를 접하기 힘들어졌다. 간간히 멜로 영화들이 얼굴을 드러내곤 있지만 일 년에 몇 편,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그 많던 멜로 영화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최근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개봉하며 멜로 영화 팬들의 반가움을 자아낸데 이어 전도연-공유 주연 영화 '남과 여'가 개봉을 앞두며 멜로 영화의 부흥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입만 열면 멜로로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통 멜로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
2015년 올 해만 해도 정통 멜로라고 꼽을 수 있는건 '쎄시봉', '무뢰한' 그리고 '뷰티 인사이드' 정도. '남과 여'가 올 연말 개봉한다면 4편 정도가 2015년에 만난, 그리고 만날 멜로 영화들이다.

그렇다고 '멜로'라는 장르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멜로'라는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로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 '오늘의 연애', '극적인 하룻밤' 등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은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왔다.
그럼에도 정통 멜로의 편수가 적어졌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자아내는 대목. 영화 '건축학개론'이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2010년대 대표 멜로 영화로 자리매김했지만 '건축학개론'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정통 멜로가 떠오르지 않는게 사실이다.
한때 우리네 마음을 울렸던 정통 멜로가 어쩌다 이렇게 줄어버린 걸까. 이는 현 시대에서 하나의 콘텐츠로서 그리 구미를 당기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 원이나 하는 돈을 지불하고 몇 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할 만큼 현대인들이 정통 멜로에 대한 공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때문에 자연스레 제작 역시 다른 장르에 비해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조차도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정통 멜로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공감에 인색해졌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이라며 "아무래도 정통 멜로보다는 밝은 로맨틱 코미디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만 원이나 되는 돈을 내고 몇 시간을 소비할 만큼 멜로가 문화콘텐츠로서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관객과의 소통 포인트 면에서 정통 멜로는 현시대 상황과는 괴리감이 있지 않나 싶다. 확률적으로 지금의 멜로들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제작도 줄어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투자적인 측면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관객의 한계점이 있다. 200만 혹은 300만 관객이 한계점인데 정통 멜로는 통하면 500만 이상은 동원했던 전례가 있기에 멜로에 대한 생각은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배우의 폭이 좁다는 점에서도 정통 멜로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여배우가 무엇보다 중요한 멜로 장르에서 정통 멜로를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의 폭이 좁다는 것이 충무로 관계자들의 설명. 최근 한효주가 '뷰티 인사이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여배우의 폭이 넓어지긴 했으나 남자 배우들 만큼 그 선택의 폭이 넓지만은 않은 것이 하나의 이유다.
한 관계자는 "캐스팅 난항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멜로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이 정해져있다고 해야할까"라면서 "사실 로맨틱 코미디로 가면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정통 멜로라고 하면 캐릭터를 소화해 줄 수 있는 폭이 좁아지는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trio88@osen.co.kr
[사진] '접속', '약속',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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