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 분위기의 두 영화가 나란히 같은날 개봉한다. 휴먼 드라마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전윤수 감독)와 심령물이 가미된 스릴러 '그놈이다'(윤준형 감독)가 주인공. 두 영화는 비교적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장르적 본질에 충실한 내용과 전개로 제몫을 해낸, 작지만 강한 작품들이다. 쌀쌀한 10월말, 관객들은 과연 어느 쪽 영화의 손을 들어줄까?
# 눈물을 흘리겠다면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각양각색 사람들에게 찾아온, 일상의 가장 빛나는 고백의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한 병원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관계 속에 놓인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이 교차되는데, 세 에피소드 모두 웃음과 눈물을 한 데 뒤섞은 한국식 휴먼 코미디가 살아있다.
제목으로 내세운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영화에서 제시되는 세 에피소드 각각의 소제목이기도 하다. 배우 김영철과 이계인이 '미안해'의 주인공으로 한 때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복싱 챔피언들을 연기한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TV에서의 근엄한 모습과 달리, 왕년의 '복싱 라이벌'이라는 특이한 배역을 소화하는 김영철과 이계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선보이는 관록의 연기가 영화의 무게감을 잡아준다.
'사랑해'에서는 배우 김성균과 성유리가 주인공을 맡았다. 김성균은 10여 년간 짝사랑한 여자를 배우로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 매니저 태영 역을, 성유리가 그런 그의 사랑을 받아 온 까칠한 여배우 서정 역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멜로 라인을 형성한 김성균과 성유리가 보여주는 의외의 멜로(?)를 확인하는 것이 관전포인트.
'고마워'를 책임진 것은 '국민 불륜남' 지진희와 아역배우 곽지혜다. 딸을 잃은 아버지와, 그 딸을 죽인 범인의 아픈 딸을 연기한 곽지혜는 환상의 콤비-플레이를 보여준다. 딸을 잃고 망연자실한 아버지가 찾아낸 천진난만한 범인의 딸. 두 사람의 좋은 호흡은 보는 이들의 몰입을 끌어내며 끝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 손에 땀을 내겠다면, '그놈이다'
'그놈이다'는 배우 주원과 유해진이 정면에서 끌어가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과정을 그렸다. 주원은 어촌마을에서 여동생과 둘이 살아가는 무뚝뚝한 경상도 오빠 장우 역을, 유해진이 그런 장우의 의심을 사게 되는 동네 약국 주인 민약국 역을 맡았다.
이 영화의 주목할 점은 범죄 스릴러에 공포물이 가미된 독특한 스타일이다. 스릴러라면 관객들의 손에 땀이 날 정도의 긴장감을 주는 게 기본인데, '그놈이다'는 그런 면에서 손색이 없다. 주인공 장우(주원 분)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여동생 은지(류혜영 분)을 죽인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적절한 스릴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귀신을 보는 소녀 시은(이유영 분)이 중간 중간, 깜짝 놀랄만한 (공포)신으로 때마다 놀라움을 주니 긴장은 배가 된다.
'그놈이다'는 감독이 약 6년 간 시나리오를 준비해 온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촘촘하게 짜여있어 몰입도 있게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다. 영적인 세계가 개입되는 만큼 정통 추리극처럼 사건을 해결해가는 재미는 떨어지지만, 이를 잘 보완해주는 공포물의 요소가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그놈이다'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