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에 가수 구본승과 밴드 줄리엣이 나타났다. 가끔 한밤 중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봤던 구본승과 노래방에서 수없이 들었던 ‘기다려 늑대’의 줄리엣이 15~20년 만에 무대에서 노래하는 걸 보니 90년대를 보낸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에서는 MC 유재석과 유희열이 ‘쇼맨’ 다이나믹 듀오, 제시와 역주행송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는 ‘슈가맨’으로 구본승과 줄리엣이 출연했다. 언제나 ‘슈가맨’이 등장하기 전의 분위기는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다. 누가 등장할지 모르니 기대감은 한껏 높아져 있다.
기대감 속에서 등장한 첫 번째 ‘슈가맨’은 구본승이었다. 구본승은 여전히 훈훈한 외모와 8등신의 비율을 뽐내며 허스키한 보이스로 ‘너 하나만을 위해’를 불렀다. 구본승이 등장하자 30~50대 관객들이 불을 켜고 환호했다. 한 30대 방청객은 ‘X세대의 아이콘’이었던 구본승에 대해 “그때 구본승은 지금의 이민호와 비슷한 이미지였다”는 반응을 보여 당시 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본승은 갑자기 활동을 중단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구본승은 “4집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을 했고 작사, 작곡 했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내 역량 부족인 것 같더라. 쉬어야지 생각했는데 그게 길어졌다. 그 외 활동 같은 경우는 19금 영화 찍고 쉬어야겠다고 해서 쉬었는데 오래 쉬었다. 쉬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 골프도 치고 낚시도 했다”고 밝히며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이어 줄리엣이 등장했다. 줄리엣의 노래 ‘기다려 늑대’는 지금도 노래방에서 여자들의 애창곡으로 많이 불리는 노래다. 20대 방청객들 중에서도 1997년에 나온 ‘기다려 늑대’를 안다고 불을 켠 방청객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늑대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30대에서는 모두 불을 켰고 노래가 시작되자 20대 방청객들 중에서도 불을 켰다.
줄리엣이 구본승처럼 ‘슈가맨’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기다려 늑대’가 발표된 시기가 IMF 경제위기였기 때문. 줄리엣의 김남상은 “IMF가 터지는 바람에 활동을 못했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작업만 하라고 했고 김주일은 다른 여성 멤버와 댄스뮤직을 했다”고 전했다. 김주일은 “나는 절대 춤은 안 된다고 해서 잠적 했는데 계약기간이 있어서 댄스뮤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어찌됐건 구본승과 줄리엣은 ‘슈가맨’을 통해 그들을 그리워하는 팬들을 다시 만나게 됐고 팬들 또한 오랜만에 이들의 무대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뿐 아니라 이날 구본승과 줄리엣 외에도 반가운 얼굴들이 나왔다. UP의 박상후가 방청객으로 깜짝 출연한 것. ‘슈가맨’ 작가들에게 섭외 전화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여자 멤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출연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줄리엣의 김주일은 밴드 이브의 G.고릴라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G.고릴라는 전성기 때와는 상당히 다른 비주얼로 나타나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반갑기만 했다. 네티즌들은 “G.고릴라 한창 따라다녔었는데 반갑다”, “오랜만에 봐서 너무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구본승부터 줄리엣, 생각지 못했던 UP, G.고릴라까지 이날 ‘슈가맨’은 90년대 스타 총출동의 자리였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던 90년대 스타들. 앞으로 또 어떤 ‘슈가맨’이 등장할지 기대된다./kangsj@osen.co.kr
[사진] JTBC ‘슈가맨’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