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모험이다. 배우 주원이 로맨스를 과감히 버리고, 첫 번째 스릴러영화를 택했다. 영화 '그놈이다'에서 남루한 차림에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여동생 바보' 오빠 장우 역을 소화한 그의 모습은 그런 모험이 가치가 있었던 것임을 증명한다.
'그놈이다'는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세상에 가족이라고는 서로밖에 없는 두 남매의 애틋한 모습으로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어느날 밤 동생이 괴한에게 잔인하게 살인을 당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여기에 귀신을 보는 소녀 시은(이유영 분)이 장우의 조력자로 합류하며 긴장감은 배가 된다.
장우 역을 맡은 주원은 시종일관 동생을 죽였다고 의심되는 한 인물을 쫓는다. 유해진이 맡은 민약국이 그인데, 그를 범인으로 확신해가는 과정에서 스릴러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강약조절이 확실한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이 영화는 주원의 첫 스릴러이자, 로맨스가 없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아무래도 20대의 잘생긴 남자배우다보니, 출연하는 작품마다 장르를 불문하고 크고 작은 로맨스가 담겨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주인공 장우와 시은 사이 로맨스의 여지를 철저히 차단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의 완성도를 생각하자면, 당연한 선택이다. 로맨스를 버려도 해주는 이야기가 많다. 여동생을 향한 장우의 애절한 사랑이나 귀신을 보는 소녀 시은의 고통, 미스터리한 존재인 민약국의 이야기까지. 특히 주원은 쫓고 쫓기는 장면이 가득한 영화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분출하며 몰입도를 높여준다. 거기에 어색함이 없는 사투리 연기는 배우로서 그가 얻은 하나의 자산이다.
주원은 이처럼 영화 속에 로맨스가 없는 점에 대해 OSEN과의 인터뷰에서 "안 아쉬웠다. 너무 좋았다. (영화의 장면 중에는) 오히려 로맨스처럼 보일까 뺀 것도 있었다"며 로맨스 연기가 강점 중 하나인데 빼서 편했느냐는 말에 "모르겠다. 편했는지 어떤지 모르겠는데 재밌었다"고 했고, 부족했던 로맨스를 '용팔이'로 한풀이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배우 본인에게도 늘 보여주던 것이 아닌 새로운 역할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그놈이다'는 감독이 약 6년 간 시나리오를 준비해 온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촘촘하게 짜여있어 몰입도 있게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다. 특히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원은 여러 드라마에서 '믿고 보는' 연기를 펼쳤던만큼 부족함이 없는 실력으로 관객들을 리드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그놈이다'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