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의 이방원, 여태까지 사극에서 그려졌던 이방원과 뭔가 다르다.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이자 훗날 ‘킬방원’이라는 웃지 못 할 별명을 얻은 태종 이방원은 사극에서도 유난히 사랑 받는 인물이었다. 그 덕에 이방원을 연기한 배우들은 꽤나 많은데, 그 중에서도 ‘용의 눈물’ 유동근, ‘정도전’ 안재모는 아직까지도 언급될 만큼 자신만의 이방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목록에 한 명의 배우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바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속의 유아인. 그간 사극에서 주로 그려졌던 이방원이 조선 개국 후 소위 ‘왕자의 난’이라 불리는 쿠데타를 일으키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은 어딘가 순수하면서도 허당기 넘치는,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암어를 읽어내 정도전의 계책을 알아낸 뒤 웃다가 얼굴색과 눈빛을 바꾸며 “진채계”라 말하며 보는 이들을 전율하게 만들다가도, 아직은 의욕이 더 많이 앞서 함정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는 등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
또한 자신은 결점이 많은 인물이라며 새 나라의 왕이 되길 거부한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을 대신해 정도전의 제안서에 도장을 찍으며 대담함을 보인 후, 분이(신세경 분)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픈 상처를 말하며 자신의 편이 돼 달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은 ‘킬방원’이라는 별명보다는 아직은 순수함과 어린 아들의 어리광이 남아있는 느낌이 크다. 특히 유아인의 주변을 압도하는 연기력과 어느 순간에는 어린 소년으로 보이는 묘한 외모가 캐릭터에 더욱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이 바로 ‘육룡이 나르샤’의 또 다른 재미 요소로 작용할 예정이다. 소년 같았던 이방원이 어떠한 계기로 각성을 하고 마침내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철혈 군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높이고 있는 것. 사실 지금도 마냥 어린 것이 아닌, 위기에 처했을 때 더욱 빛나는 카리스마와 기지, 넘치는 행동력 등을 드러낸 바 있어 그의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바이다.
특히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린 이방원에 더욱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데에는 배우 유아인의 역할이 컸다. 이미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입증된 연기력은 물론,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얼굴, 그리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배우로서의 현명함이 여타 이방원 캐릭터와는 다른 차이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호흡이 긴 50부작이다. 과연 유아인이 그려내는 이방원이 어떤 군주로 성장할지 앞으로의 전개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