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미소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신승훈은 25년간 '발라드 황제'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가 발라드만 불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콘서트에서 분위기 최고조 순간은 '엄마야', '로미오와 줄리엣', '처음 그 느낌처럼', '우연히' 등 댄스 장르를 부를 때다.
29일에 발표된 정규 11집 '아이엠 & 아이엠'에도 발라드 타이틀곡 '이게 나예요' 외에 다양한 장르가 수록돼 있다. 배우 김고은과 부른 듀엣곡 '해, 달, 별 그리고 우리'는 사랑스러운 느낌이고 '사랑이 숨긴 말들'은 네오 재즈 장르다. '아미고'는 디스코 느낌이고 다음 달 공개되는 파트2에도 힙합 등 여러 장르가 담겨 있다.
이번 정규 11집이 나오기까지 무려 9년이 걸렸다. 2006년 정규 10집 이후 신승훈은 세 장의 미니 앨범을 냈다. 2008년 '라디오 웨이브', 2009년 '러브 어 클락', 2013년 '그레이트 웨이브' 등 '쓰리 웨이브즈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 시리즈로 음악적 변신을 꾀했다.
발라드뿐만 아니라 디스코, 힙합, 브리티시록 등에 도전한 그다. 대중적인 인기는 2% 아쉬웠을지언정 뮤지션 신승훈으로서는 뜻깊은 9년이었다. 신승훈 스스로 "9년간 이유 있는 방황을 했다. 제게 맞지 않은 음악으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표현할 정도.
본연의 색깔과 음악적 변신 사이 신승훈은 영리한 노선을 택했다. 이날 공개된 파트1에선 발라드 타이틀곡 위주로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확실히 알렸다. 하지만 다음 달 나올 예정인 파트2에는 또 다른 신승훈의 음악이 들어 있다. 그래서 정규 11집 앨범 타이틀이 '아이엠 & 아이엠', '신승훈과 또 다른 신승훈'인 셈이다.
앞서 열린 음감회에서 신승훈은 "제게 정규 11집은 음악 인생의 시즌2다. 1집부터 10집까지 잘했으니 11집은 다시 쓰는 1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시즌1보다 더 세련된 음악을 하겠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데뷔 25주년 기념'이 아니라 그냥 정규 11집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발라드 황제' 칭송을 받는 그이지만 꼭 발라드만 부르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신승훈'과 '또 다른 신승훈'의 음악이 가요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전망이다. 신승훈 음악 인생 시즌2의 시작, 다시 쓰는 신승훈 1집의 탄생이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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