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계 조상님이 돌아왔다. 올해로 26년차인 가수 신승훈이 무려 9년만에 정규 앨범을 낸 것. 오랜만에 돌아온 이 관록의 가수는 '발라드의 황제'라는 자신의 타이틀을 지키는데 급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악 인생의 시즌2가 열렸다"며 새로운 도약을 약속했다.
신승훈은 29일 0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정규 11집의 파트1 '아이엠(I am….)'의 타이틀곡 '이게 나예요'를 비롯해, 전곡을 공개했다.
공개된 새 앨범에는 신승훈표 감성 발라드는 물론, 힙합과 디스코,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이 담겨 있었다. 오랜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면서도 한층 확장된 음악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라는 평.
신승훈을 '발라드 조상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그는 한국형 발라드의 가치를 한 단계 올려놓은 천재적인 아티스트이자 발라드의 대중적 인기를 리드한 가수고, '조상님'이라는 표현은 그렇기에 붙일 수 있는 하나의 수식어일 뿐이다.
25년간 신승훈이 선보였던 히트곡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나 '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 오랫동안' 등 같은 90년대를 대표할만한 곡들부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OST로 아시아의 히트곡이 돼버린 '아이 빌리브(I Belive)'까지 그의 노래는 여전히 남녀노소를 불문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신승훈표 발라드의 특징은 아름다운 멜로디에 애절한 감성, 거기에 묻어나는 신승훈만의 음색이다.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는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유산을 11집 앨범에도 고스란히 담았다. 뿐만 아니라 늘 그래왔듯 시대에 맞는 세련미를 가미해 동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승훈이라는 가수가 이처럼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음악적으로도 성취가 높지만, 동시에 대중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 '발라드 조상님'이자 현역 가수인 신승훈은 이런 곡을 만들고 부르며 시대와 소통하고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8일 열린 정규 11집 발매 기념 음감회에서 밝힌 신보에 대한 각오는 의미가 있었다. 신승훈은 "제게 정규 11집은 음악 인생의 시즌2다. 1집부터 10집까지 하고 11집은 다시 쓰는 1집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앨범부터 시작이다. 시즌1보다 더 세련된 음악을 하겠다. 9년간 겪은 시행작오로 많은 걸 배웠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말을 듣고 그의 또 다음 20년을 기대하지 않을 팬이 있을까? 도저히 늙을 줄 모르는 발라드 조상님이 보여줄 활약들을 기대해 본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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