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원이 아닌 ‘똘기자’는 상상할 수 없다. 그는 그 자체가 ‘똘기자’인 듯 코믹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특히 황정음을 향한 그의 외사랑은 보는 이들마저 안타깝게 만들 정도.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 연출 정대윤) 12회에서는 혜진(황정음 분)을 향한 외사랑을 끝내고 그를 성준(박서준 분)에게 보내주는 신혁(최시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늘 장난스러웠던 신혁이 유일하게 진지해졌던 순간은 혜진을 향한 마음을 고백할 때였다. 그는 사내에서 공공연히 ‘똘기자’라고 불리만큼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며 웃음을 선사했지만, 짝사랑하는 혜진에게 만큼은 늘 진심이었다. 뿐만 아니라 혜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나 가슴 아파할 때는 곁을 든든하게 지키며 ‘키다리아저씨’를 자처하고 나섰다.
사실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며 가슴 아파하는 캐릭터는 이미 여타 드라마를 통해 많이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그들과 신혁이 다른 점은 그의 짝사랑이 청승맞다기 보다 오히려 유쾌하고, 그럼에도 짝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혁 캐릭터가 지닌 이러한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를 연기하고 있는 최시원. 아이돌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방영 전부터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그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를 스스로 극복해내며 배우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특히 신혁은 겉으로 보기에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어느 순간 진지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 순간의 변화를 어색함 없이 매끄럽게 표현해야 하는데 최시원은 이러한 면에서 최적화된 배우였다.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코믹한 연기도 담백하고 유쾌하게 그려냈고, 빠르게 쳐야하는 대사도 뭉개짐 없이 청산유수로 소화했다.
또한 지난 12회에 그려진 신혁은 성준을 향한 혜진의 올곧은 마음을 깨닫고 외사랑을 끝내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별마저 그다웠다. 그는 혜진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동전내기로 성준에게 갈지 말지를 정하자며 동전을 던졌지만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가라고 말했다. 이어 "고마워. 망설여줘서"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기 뒤에 숨겨졌던 진심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예뻤다’는 최시원이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오는 11월 19일 입대, 의무경찰 특기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예정. 비로소 대중들에게 배우로서 인정받고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시점에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더욱 성숙해지고 단단해져서 돌아올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그녀는 예뻤다'는 주근깨 뽀글머리 역대급 폭탄녀로 역변한 혜진과 초절정 복권남으로 정변한 성준, 완벽한 듯 하지만 빈틈 많은 허당 섹시녀 하리, 베일에 가려진 넉살끝판 반전남 신혁, 네 남녀의 재기발랄 로맨틱 코미디다. / jsy901104@osen.co.kr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