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재미없고 진지한 사람이라 말하는 배우 이희준이 예능 프로그램에 적응하고 있다. 뛰어난 말재주와 화려한 리액션은 없지만 로봇 머슴이, 욕쟁이 할머니와 함께하는 이희준은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매력을 선보이며 어느덧 예능인으로서 거듭나고 있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tvN ‘할매네 로봇’에서는 로봇과 함께 할머니들의 일을 돕는 이희준, 장동민, 바로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희준의 예능 적응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이날 그는 할머니의 지시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으로 참깨 수확을 시작했다. 이에 이희준은 로봇 머슴이에게 키를 쥐어주며 “잡아, 털어”라는 명령을 했지만 머슴이의 참깨 털기는 영 시원치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할머니는 “되게 못한다! 조금 해볼 줄을 알아야지 야물게 해봐봐!”라며 호통을 쳤고, 결국 이희준이 머슴이를 대신해 키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키질 역시 할머니의 마음에 들리는 만무했고, 머슴이와 별반 다름없는 그의 모습에 할머니는 “머슴이나 희준이 도령이나 똑같다”며 야단을 쳤다. 이희준은 머슴이와 똑같은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 “네가 못한 게 아니었구나”라고 좌절하며 혹독한 예능 신고식을 치렀다.
이어 예능 청정남 이희준은 할머니의 장난에도 속아 넘어가는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할머니를 도와 손빨래를 하던 이희준은 “진짜 세탁기 없이 혼자 다 하시는 거냐”고 물었고, 이에 할머니는 “세탁기가 없으니까 다 손으로 빨지”라며 세탁기를 하나 사달라고 농담을 했다. 중고가 아닌 새 제품을 사달라고 거듭 당부하는 할머니의 말에 이희준은 엉겁결에 "제가 세탁기 하나 사오겠다“라고 약속을 하고 말았고, 빨래가 끝나자마자 세탁기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할머니의 거짓말이었다. 졸지에 할머니에게 세탁기를 사드리게 된 이희준의 사정을 알게 된 장동민은 “할머니가 무슨 세탁기가 없냐. 이 동네 제일 부자인데”라며 할머니를 추궁했고, 그의 말대로 정말 할머니네 화장실 한편에는 세탁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할머니의 농담에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순진한 이희준에게 장동민은 “정신 똑바로 차려라”라고 충고를 했고, 이내 이희준은 “고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렇듯 잇따른 혹독한 예능 신고식을 치른 이희준은 촬영 둘째 날부터 자신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전날 진행을 위해 리포터처럼 말하는 건 도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던 그였지만 다음 날 “리포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앞서 이희준은 할머니, 머슴이와 나선 산책길에서 똥수박을 발견한 후 “진짜 귀엽죠? 제가 한 번 먹어 보겠습니다”라며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이를 시식한 바 있었다. 이에 이희준은 “(아까 수박을) 먹는데 리포터 같더라고”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틀 만에 예능에 완벽 적응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3박 4일 내내 자신을 쫓아다니는 카메라에 ‘할매네 로봇’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악몽을 꾸기까지 했다는 이희준. 그에게 있어 예능 도전은 어떤 작품보다도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터다. 하지만 예능에 첫 걸음마를 뗀 그의 모습은 프로 예능인에게선 볼 수 없는 신선함과 소박한 웃음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감성 충만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감정 없는 로봇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 들어갔다. 쉽지 않은 적응기를 거쳐 예능에 완벽 적응한 이희준, 그의 활약은 지금부터다.
한편 하이테크 시골 예능을 표방한 tvN 예능프로그램 ‘할매네 로봇’은 장동민, 이희준, B1A4 바로가 로봇을 가지고 할머니들이 사시는 시골로 내려가 무료함을 달래주는 로봇 예능 버라이어티다.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할매네 로봇’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