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경찰청 사람들’ 씁쓸한 폐지, 이럴 거면 돌아오지 말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0.30 06: 54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경찰청 사람들’이 16년 만에 돌아온 후 6개월 방송 끝에 다시 폐지됐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프로그램은 왜 2015년 안방극장의 외면을 받았을까.
지난 29일 종영한 MBC ‘경찰청 사람들’은 범죄 양상을 소개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구성. 지난 4월 30일 ‘경찰청 사람들 2015’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박예리 경사는 마지막 방송에서 “그동안 ‘경찰청 사람들’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우리 경찰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인사를 하며 종영을 알렸다.

원조 ‘경찰청 사람들’은 1993년 5월부터 1999년 1월까지 방송되며 범죄 예방과 실제 범죄자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그 시절 공익성과 함께 화제성을 챙겼던 인기 프로그램이었는데, 2015년판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제 사건을 극화하는 구성은 과거와 같았다. 추리 형식을 가미해 문제를 맞히는 예능 요소가 가미됐다. 무엇보다도 방송인 이경규가 진행자로 발탁돼 흥미로운 예능과 시사 교양의 결합 성격이 컸다.
허나 초반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다소 산만하게 여겨졌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구성 자체는 과거에 비해 세련됐지만, ‘경찰청 사람들’의 향수가 있는 중장년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에는 과거 프로그램과 너무 달랐다.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는 노후한 인상이 컸다. 구성을 재편하면서 시도한 예능과 교양의 만남이 악수가 됐다. 일명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놓친 패착이었다.
초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 하자 프로그램은 흔들렸다. 방송 두 달 만에 이경규가 하차하고 예능 요소가 빠졌다. 현직 경찰이 진행을 보는 방식을 채택했다. 범죄 양상을 정밀하게 소개하는 형식에 집중하며 기존 시사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식을 띠었다. 소재는 자극적이었지만, 기존 유사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 없었다.
요즘 프로그램은 초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는 빠른 흐름에 놓인다. 개편 후 기존 시사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흥미와 경각심 유발에 성공했지만, 초반 흥행몰이 실패를 뒤엎진 못했다. ‘경찰청 사람들’이 인기를 끌기에는 이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다. 심지어 MBC는 바뀐 ‘경찰청 사람들’과 유사한 ‘리얼 스토리 눈’을 평일 오후마다 30분씩 방송하고 있다. 개편 후 ‘경찰청 사람들’은 ‘리얼스토리 눈’에 극화를 살짝 가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찰청 사람들’이 몇 차례의 개편에도 큰 성과가 없었던 것은 이 프로그램의 출발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환경을 감안하면 16년 만에 돌아온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것. 워낙 볼거리가 많은 요즘 시선을 빼앗기엔 ‘경찰청 사람들’이 매력적이지도, 차별적인 흥미가 있지도 않았다. 방송 재개 23회 만에 다시 막을 내린 ‘경찰청 사람들’, 1990년대 전설이었던 프로그램의 씁쓸한 뒷모습이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경찰청 사람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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