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긴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작가답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최다니엘과 신세경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큰 파장을 일으켜 김병욱PD가 이례적으로 결말에 대해 사과한 바 있는데, 이처럼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그녀는 예뻤다' 또한 분위기 반전의 연속으로 시청자를 요리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 연출 정대윤)에서는 너무 행복해서 불안한, 성준(박서준 분)과 혜진(황정음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서는 더는 기다리고 참을 필요가 없다는 듯 서로를 애틋하게 아끼고 사랑했다. 로맨틱 코미디물에 충실한 이들의 달콤한 모습이 안방극장 시청자의 마음을 달달하게 녹여놨다.
특히 박서준과 황정음은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연인의 설렘을 세심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최고로 높였다. 늦은 밤, 시시콜콜한 일들을 공유하며 전화통화를 하다가 황정음이 무심결에 뱉은 '붕어빵'이라는 말에 그의 집까지 따뜻한 붕어빵을 안고 달려온 박서준의 환한 미소. 또 헤어지기 아쉬워 차 안에서 대화를 이어가다가 어느새 잠이 든 연인의 모습은 소소하지만, 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보는 이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에 나온 '행복 총량의 법칙'이 문제였다. 성준이 혜진에게 프러포즈한다고 마음먹은 순간 흘러나온 혜진의 내레이션은 마냥 마음을 놓을수만은 없는 이들의 상황을 깨닫게 한 것. 혜진은 "행복 총량의 법칙이 있다. 행복이 있으면 그만큼의 불행이 있다"라는 행복 총량의 법칙을 알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이들의 앞에 닥칠 불행이 무엇일지 다양한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요즘 시청자들은 드라마 작가의 전작을 꼼꼼히 살펴보며 작가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다. 얼굴에 점을 찍고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김순옥 작가, 황당한 이유로 주인공마저 죽어 나가는 임성한 작가 등 각 작가만의 스타일은 시청자가 드라마의 전개를 예상해보고 기대하는데 힌트를 제공하며 더 풍성한 재미를 안기는 것.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에 공존하는 소소한 행복과 불행을 담아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신으로 강렬한 인상과 지울 수 없는 여운을 남긴 조성희 작가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한 재미를 선사하는데 탁월하므로, 그가 이번에 어떤 결말을 그려낼지 관심을 끈다.
'그녀는 예뻤다' 측도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제작진이 남은 이야기가 미리 유출되지 않게 스포일러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더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라고 귀띔해 기대를 더한다. /jykwon@osen.co.kr
[사진]'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