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싶으면 저 멀리 도망가 있다. ‘마을’은 좀처럼 범인과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방대한 스케일의 전개로 시청자들과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예측할 수 있게끔 실마리를 마구 던져주다가도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며 이를 뒤엎은 것.
지난 29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는 ‘뱅이 아지매’를 둘러싼 이야기가 진행됐다. 과거 아치아라의 불법입양브로커가 뱅이 아지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윤(문근영 분)은 그를 찾아 나섰고, 소윤이 혜진(장희진 분)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노골적으로 배척하기 시작했다.
앞서 시청자들은 혜진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지숙(신은경 분), 그런 지숙을 걱정했던 기현(온주완 분), 마을의 유명한 변태 아가씨(최재웅 분) 등을 주요 범인으로 예상하며 추리를 펼쳐나갔다. 하지만 오히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용의선상에 제외되는 인물보다 추가되는 인물이 많아졌고, 단순히 혜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아치아라를 둘러싼 비밀에 대한 이야기로 판이 커졌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 수상한 행동을 보였던 약사 주희(장소연 분)이 본격적으로 두 얼굴의 본색을 드러내며 소름을 유발했다. 그는 소윤이 아치아라에 오도록 신문기사를 보낸 장본인이었고, 언니 지숙에 대해서는 끔찍한 증오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미술교사 건우(박은석 분)과는 평범한 연인 사이가 아닌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그리고 뱅이 아지매에 대해 묻는 소윤에게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더니 병원에 있는 한 여인(정애리 분)을 찾아가 “아무래도 하늘이 날 돕고 있나봐. 일은 아주 잘 되고 있다. 원하던 반대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앞으로 어디까지 밝혀질까”라며 여인을 엄마라고 불렀다. 이제는 그가 단순히 친절한 약사가 아닌 혜진의 죽음,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무언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완벽하게 드러난 상태.
하지만 수상한 인물은 주희 뿐만이 아니다. 혜진이 죽기 전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고 칭했던 지숙은 과거 마을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했지만, 권력자인 아버지 서창권(정성모 분)의 아내가 된 뒤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된 인물. 그런데 그가 지난 방송부터 죽은 딸의 환영을 보기 시작하며 어떠한 끔찍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지 궁금증을 높였다.
이처럼 ‘마을’은 알 듯 하면 어느 샌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전개로 시청자와 팽팽한 ‘밀당’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케세라세라’와 단막극 ‘늪’에서 이미 그 실력을 입증한 바 있는 작가의 촘촘하고 세밀한 글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웰메이드 추리극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줄거리를 모르는 상태로 중간부터 봐도 앞으로의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는 여타 한국 드라마들과 달리, 신선하고 독특한 접근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구고 있는 ‘마을’은 현재 16회 중 절반이 방송된 상태다. 현재까지 공개된 조각들이 앞으로의 그림과 어떻게 맞춰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마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