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이다. 풍성한 농작물로 가득한 옥상 텃밭이 자연스럽게 소소한 축제의 장으로 물들었다. 6개월 동안 키운 벼, '포미'의 맛을 음미하는 도시 농부들의 얼굴에는 감격스러운 표정이 퍼져나갔고, 6개월 동안 함께 한 도시 농부들의 호흡에도 물이 올라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겼다.
지난 30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도시 농부'에서는 벼를 수확하는 도시 농부(윤종신, 최현석, 조정치, 정태호, 박성광)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6개월 전 최현석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벼를 조심스레 거두며 역사적인 순간을 온몸으로 기뻐했다. 도시 농부는 영등포 옥상에서 자란 벼에 영등포와 쌀미자를 따서 '포미'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갓 찧은 쌀을 맛보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격에 젖어들었다.
도시농부는 소규모로 벼를 재배했기 때문에 콤바인 하나면 끝날 일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이들은 전통 기구인 홀태와 족답기 등을 이용해 낟알 하나까지 알뜰하게 챙겼고, 이를 말리고 방앗간에서 도정하는 등 몇 단계를 거쳐 드디어 가마솥밥을 지어냈다.
포실포실하게 지어진 쌀밥은 역시 옥상 텃밭에서 키워낸 무로 만든 소고깃국과 상추쌈 등과 곁들여지며 최고의 만찬을 완성해냈다. 흰 쌀밥과 따뜻한 소고깃국에 옥상 텃밭에서 자란 작물로 만들어진 각종 반찬은 그 자체로 도시 농부들의 역사를 보여주며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함께 즐기게 했다. 가장 처음 옥상에 올라왔을 때 짜장면 등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결과였다. 이들은 평생 못해볼 경험을 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아 보는 이를 흐뭇하게 했다.
또한 다섯 도시 농부들의 호흡도 회를 거듭할수록 물오른 재미를 안기고 있어 시선을 끈다. 옥상에 논을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벼를 수확하는 6개월 동안 함께 땀 흘리고 고생하며 성장한 도시농부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단단히 잡아가며 이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최고의 호흡으로 웃음을 안기는 중이다.
형들의 곁에서 깐족대며 옥상 텃밭의 웃음촉매제 역할을 하는 박성광과 그를 놀리지만, 어느새 '성광이성광이병' 말투에 전염돼 말을 더듬는 최고MC 윤종신, 나른한 표정과 허약 체질로 옥상의 호흡을 조절하는 조정치, 언제나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옥상 일꾼 정태호, 옥상 주방을 책임지는 허세 셰프 최현석 등 도시 농부들은 처음 만났을 때의 긴장되고 어색한 관계를 모두 지우고 이제는 투닥거리며 쌓아가는 정이 구수한 웃음을 안기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장점을 쏟아내고 있다.
게스트 없이 진행된 이번 방송은 옥상 텃밭 도시 농부들의 케미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 호평을 끌어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역할을 해내며 청정한 웃음을 끌어내는 도시 농부들의 매력이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jykwon@osen.co.kr
[사진]'인간의 조건-도시 농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