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내가! 내가! 해!”
전지윤이 단숨에 호감 랩스타로 떠올랐다. 프로그램 중간에 합류, ‘우승은 내가 내가 해’, ‘큐브 등딱지 떼고’ 등 다소 어설픈 자기소개 랩으로 경쟁 래퍼들의 비웃음을 샀던 ‘흑역사’는 이제 잊어도 될 것 같다. 회를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실력, 모진 굴욕에도 굴하지 않는 패기, 아픔을 무대로 승화시키는 대인배 같은 인성까지. 묘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호감도를 급상승시키고 있는 중이다.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지윤의 출연을 두고 시청자들은 물론 업계관계자들도 그의 ‘언프리티2’ 출연은 실수이자 실패라고 입을 모았다. 첫 등장에 선보인 랩은 실망을 넘어 충격을 줄 정도로 어설펐고, 이후에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함께 출연하는 래퍼들은 그와 함께 팀을 이루거나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을 꺼려했고, 경쟁자로 등장하면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한순간에 뒤집혀버렸다. 지난 30일 방송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 펼쳐진 팀 경연에서 전지윤의 맹활약으로 그의 팀이 반전의 1위를 차지한 것. 유빈과 팀을 이룬 전지윤은 앞서 자신에게 굴욕을 안겨줬던 ‘내가 내가 해’ 랩을 훅으로 사용하는 초강수를 뒀고, 이 유쾌한 힙합정신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이날도 팀 결정 시간에도 전지윤은 역시나 혼자였다. 다들 자신이 협업하고 싶은 래퍼들과 하나 둘 팀을 이뤘지만, 전지윤의 순서에는 아무도 함께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그간 그가 보여줬던 부진한 모습 때문이었을 테다. 우여곡절 끝에 유빈과 팀을 이뤘고, 유빈은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전지윤의 흑역사였던 ‘내가 내가 해’를 이번 무대의 훅으로 사용하자는 것. 전지윤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대인배였다. 그리고 이들의 전략은 훌륭했다. ‘내가 내가 해’라는 중독성 강한 훅은 심사위원들은 물론, 경쟁 래퍼들까지 빠져들게 만들었다. 꺼내기 싫은 흑역사일 텐데, 이를 유쾌하게 꺼내들어 전면에 내세우며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정신이 꽤나 인상적. 이에 보는 이들은 더욱 몰입하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마치 ‘쇼미더머니4’ 무대에서 산이가 “빵 사왔다”며 빵을 뿌리고, 버벌진트가 “비트 번복해야할 것 같아요”라며 랩을 시작한 것과 오버랩 되는 장면이었다.
유쾌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 자신감 있는 플로우와 특유의 무대매너까지 곁들인 두 사람의 무대에 경연장은 축제 무대처럼 달아올랐고, 이들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위를 차지했다.
무대 외의 모습에서도 전지윤은 묘하게 호감이었다. 다소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팀 선정 시간에 “저와 팀을 하면 회전 초밥을 사겠다”라는 엉뚱한 멘트로 의도치 않은 웃음을 주더니 우승을 하고나서는 “드라마 작가가 된 거 같다”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이야기를 귀엽게 풀어내 웃음을 더했다. 이러다가 ‘언프리티2’의 마스코트가 되는 것은 아닌지. 효린은 “전지윤이 무슨 말만 하면 웃긴다”고 평하기도 했다.
‘언프리티 랩스타2’ 제작진은 연출과 편집으로 매주 주목받는 ‘랩스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출연 래퍼들은 한 순간에 비호감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급호감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번 주의 호갑 랩스타는 확실히 전지윤이었다. 어떤 내용들이 연출됐고, 편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방송에 비춰진 그의 유쾌한 힙합정신은 대중의 호감을 사기 충분했다./joonamana@osen.co.kr
[사진] '언프리티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