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손가락질은 견디기 힘들더라고/괜찮다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자꾸 내 자신을 깎아내려/맘이 자꾸만 점점 약해지더라고”
무대에 홀로 선 수아가 랩을 읊어 내려갔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을까. 그는 자전적인 이야기와 그간의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가사에 담아냈다. 가만히 그의 무대를 지켜보던 언니들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무대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본인도 울음을 터뜨렸다.
올해 17세의 나이. 아무 것도 모르는 연습생 신분인 여성 래퍼 문수아에게 Mnet ‘언프리티 랩스타2’는 가혹한 현장이었을 테다. 쟁쟁한 여성 래퍼들이 음원을 따내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펼치는 전쟁터에 홀로 뛰어들어 싸워야했고, 제작진의 악랄한 연출과 편집 속에 무수한 악플과 대중의 질타를 받아야했다. 그의 이름 앞에 늘 따라 붙었던 ‘YG 연습생’이라는 그를 공격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만들어 놓았고, 도움보다는 부담감을 주며 오히려 큰 짐으로 작용했다.
그래도 수아는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힘겹게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했다. 물론 영구 탈락의 위기도 있었다. 예지와의 디스 랩 배틀에서는 언니의 기세에 밀려 제대로 랩도 한 마디 하지 모하고 좌절해야했을 때도 있었고, 편집의 희생양이 돼 버릇없는 동생으로 욕을 먹을 때도 있었다.
전장에도 꽃은 피는 법아겠는가. 수아는 지난 30일 방송에서 드디어 활짝 피어났다. 여러 고난과 시련을 겪었기에 더 생생하고 옹골찼다.
이날 방송에서 수아는 예지와 팀을 이뤄 팀 배틀에 나섰다. 예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가짐으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연습에 임했고, 본 무대에서는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심사위원들은 수아에게 감탄하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지금까지 무대 중 최고”라며 극찬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유력한 우승후보인 예지가 수차례 가사 실수를 했고, 이 때문에 예지 수아 팀이 탈락 후보가 된 것. 이에 두 사람은 1:1 배틀로 탈락자를 결정하게 됐다. 유력한 우승후보인 예지가 먼저 ‘아무개’로 빈틈없는 무대를 선보였다. 수아가 탈락하나 싶었는데, 진심을 담은 랩으로 예지를 뛰어넘었다.
곡 제목은 ‘내 자신을 믿어’. 수아는 이 곡에 그간의 설움과 아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짐을 담았다. ‘날 싫어하는 사람은 적 애써 괜찮은 척/아픈 눈물을 삼키며 난 더 강해졌어/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어/내 자신도 모르게 한 단계 성장했어/근데 손가락질은 견디기 힘들더라고/괜찮다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자꾸 내 자신을 깎아내려/맘이 자꾸만 점점약해지더라고’ 등의 가사가 인상적. 수아는 이 곡으로 언니들(경쟁 래퍼들)의 진한 공감과 애틋함을 자아내며 몰표를 받았다.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트루디는 “수아가 감당해야할 아픔들이 갑자기.. 그 가사에서 진심이 느껴졌어요”라고 말했고, 유빈은 인터뷰에서 “되게 짠하더라고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야 말로 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본인들도 버티기 어려운 이 힘든 경쟁 속에서 17세의 어린 아이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며 묵묵히 올라오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 아닌가. 무대를 모두 마치고나서야 울음을 터뜨린 수아. 그리고 무대 위로 달려가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예지의 모습은 꽤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수아는 이번 곡을 통해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펜을 들어/지금의 감정 그대로 받아 적어/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 내 자신을 믿어’/joonamana@osen.co.kr
[사진] '언프리티 랩스타2'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