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역’이 N포세대의 치열함과 고민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며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따뜻한 울림을 전했다.
3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3의 두 번째 작품 ‘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이하 ’노량진역‘)’(연출 이재훈, 극본 김양기)에서는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4년차 고시생 희준(봉태규 분)의 회색빛 일상에 총천연색으로 반짝이는 4차원 소녀 유하(하승리 분)가 끼어들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아버지의 소원인 남들만큼 살기 위해 노량진에 입성한지 4년째, 서른 세 살의 희준은 아르바이트와 공무원 공부를 병행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1점차로 서울시 시험에서 낙방한 후 찾은 한강대교에서 괴로워하는 그를 보며 “뛰어내릴 건 아니죠?”라는 말을 던지고 홀연히 사라진 유하. 희준과 유하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연은 계속됐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하던 희준은 물건을 배달하던 중 유하와 부딪혔고, 넘어지면서 손목을 다쳐 약국을 찾았다. 이곳에서도 마주치게 된 유하에게 희준은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따졌고, 이런 그에게 유하는 보상금이라며 자신이 전국체전 우승할 때 가지고 있었던 열쇠고리를 행운의 부적으로 건넸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또 마주쳤다. 아버지에게 줄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며 쫓아오는 유하를 무시했지만 희준은 자신에게 막말을 하는 김실장(한성식 분) 앞에서 자신의 역성을 드는 그의 모습에 결국 마음을 열었다. 공원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시간을 보내며 희준은 유하의 밝은 에너지에 점점 끌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하에게 한 눈을 판 사이 성적은 떨어져만 갔고, 총무로 일하고 있는 공무원 학원에서도 실수를 연발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런 그의 마음을 다잡아준 건 어머니의 존재였다. 아버지 몰래 자신을 찾아와 공무원 시험까지 남은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공부에 매진하라며 돈을 건넨 어머니를 떠올리며 희준은 눈물을 흘렸고, 유하와의 연락을 끊었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희준. 하지만 이미 유하를 향한 마음을 거둘 수 없었던 그는 학원 게시판에서 유하가 남기고 간 듯한 사진을 발견했고,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공원을 찾았다. 그곳에는 유하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두 사람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가 있었다. 남들처럼 사는 게 중요한 희준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하는 유하는 말다툼 끝에 헤어졌다.
드디어 다가온 7급 공무원 시험 날, 유하에게 받은 열쇠고리를 가방에 달고 시험장에 들어간 희준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그동안 꺼 놓았던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에는 그동안 유하가 보낸 메시지가 잔뜩 쌓여있었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유하와 연락이 두절된 사이, 희준은 드디어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합격의 기쁨을 즐기던 사이, 유하는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았고 희준은 그의 아버지가 일하던 가게로 찾아갔다. 그곳에서 유하가 혈액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사실을 알게 된 희준은 유하가 남기고 간 마지막 영상 메시지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한강대교, 그날 유하는 병원에서 죽기 싫다는 생각에 어디서 어떻게 떨어지면 잘 죽을 수 있을까 연구하러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노래 부르는 것도 꾹꾹 참으며 버텨내는 희준의 모습에 유하는 용기를 얻었고, 자신과 함께 해준 그에게 “남들처럼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아저씨 인생만 걱정하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유하의 죽음은 희준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남들만큼 사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였던 그는 제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고맙다는 인사도, 잘 가라는 인사도 하지 못한 유하를 떠올리며 그가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메시지를 보냈다. 전에는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고, 스쳐가는 일상의 순간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희준은 그렇게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 nim0821@osen.co.kr
[사진] ‘노량진역’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