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의 지현우가 본격적으로 푸르미마트 직원 지키기에 나섰다. 지현우는 애초부터 직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괴롭힐 생각 따위는 없었다. 노조로서 회사에 대항하기로 했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JTBC 주말드라마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에서 지현우가 맡은 이수인은 푸르미마트 야채청과 파트 과장으로 화이트칼라의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블루칼라가 겪는 갈등을 무시하지 않고 맞설 줄 아는 캐릭터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보내라고 했지만 이수인만 유일하게 이 지시를 거절했다. 일부에서는 이수인이 무슨 영웅인 줄 알고 저렇게 나서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수인은 어렸을 적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원칙을 지킬 줄 알고 사회의 부조리 앞에서 가만있지 않는 사람이었다. 육사의 선거개입에 분노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피력한 걸 보면 이수인의 캐릭터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지난 31일 방송된 3회분에서는 이수인이 부당해고에 직면한 푸르미마트 직원들을 위해 나서는 내용이 그려졌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수인을 고깝게 보지 않았다. 이수인의 행동에 괴로운 건 직원들이었다. 점장 갸스통(다니엘 분)이 이수인 앞에 직원들을 두고 이수인 때문에 직원들의 인금인상과 승진 모두 불가능하다고 선전포고했기 때문. 이후 이수인은 공식적인 왕따가 됐다. 그가 과일 정리를 하다 과일이 떨어져도 직원은 그를 돕지 않았다.
하지만 이수인은 멈추지 않았다. 이수인은 구고신의 명함을 보고는 노동상담소를 찾아갔다. 구고신이 노동 3법에 대해 강의를 하는 광경이 낯설긴 했지만 이수인은 열심히 구고신의 얘기를 들었다. 강의 후 구고신은 이수인과 얘기를 나누며 이수인이 해고당한 것도 아닌데 나서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구고신은 이수인에게 좀 더 고민을 해보라고 했지만 이수인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사측과의 싸움을 선택한 이수인은 계속해서 구고신은 찾아갔고 구고신이 직접 아비규환의 노조시위 현장을 보여주고 큰 충격을 받긴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해야 부당해고에 저항할 수 있었기 때문. 구고신은 이수인의 의지를 확인하고는 찾아가 그를 도왔다. 직원과 함께 마음을 모으려면 직원들과 먼저 친해지라고 했다.
이에 이수인은 직원들을 찾아가 함께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생전 하지 않았던 거라 모두 그를 피했다. 그리고 남자직원들에게 다가가 함께 카트로 대결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측에 대한 이수인의 행동은 분명해졌다. 갸스통이 박스를 발로 차고 자신을 쳐다봤지만 이수인은 점장에게 웃지 않았다. ‘돌아 올 웃음이 없다는 게 명확해졌으니 부러 웃어 줄 이유가 없어졌다’고 생각한 것.
자신이 갈 길을 명확하게 정한 이수인은 본격적으로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했다. 이수인은 “노조 가입하면 오히려 해고하기 힘들다”고 했지만 직원은 두려움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때 정부장(김희원 분)이 그를 쫓아가 뭐하는 짓이냐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군복무 시절 구정물에서 훈련을 받고 묘한 해방감을 느꼈던 그때를 회상하며 당당하게 “노동조합 가입 권유 중이다”고 말하고는 뒤돌아섰다. 이수인은 ‘나 왠지 왕따가 체질인 듯’이라며 미소를 지었지만 그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씁쓸했다.
직원들을 위해 나섰지만 세상의 왕따, 걸림돌이 됐지만 그의 행동은 옳았다. 부당해고에 직면한 직원을 위해 직접 행동하고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는 이수인이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을’보다 ‘갑’을 위한 세상에서 ‘을’을 위해 나서는 이수인을 격하게 응원하고 싶은 건 ‘송곳’을 보는 시청자들 대부분인 듯하다./kangsj@osen.co.kr
[사진] JTBC ‘송곳’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