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다. 부모가 자식들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표현인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은 모든 자녀들에게 똑같다는 것이다.
MBC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장준호)를 보면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드라마는 홀로 네 남매를 키우며 모든 것을 희생한 엄마가 '효도는 셀프'라면서도 어떻게든 유산은 받아 먹겠다는 자식들을 향해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엄마 윤정애(차화연 분)는 의대에 진학한 막내딸 김민지(최예슬 분)가 의사가 된다는 기대감에 빠져살았는데,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퇴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억장이 무너졌다. 그 상처가 무뎌져가던 즈음에 둘째아들 강재(이태성 분)가 그 자리에 다시 생채기를 냈다.
앞서 강재는 약혼남이 있는 유라(강한나 분)와 사랑에 빠졌고, 위기감을 느낀 그녀의 남자친구가 손을 써 그를 코너에 몰리게 만들었다. 이에 은행 계좌가 막혔고 소유하던 부동산마저 압류되며 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엄마' 17회에서 정애는 아들을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10억이 필요하다는 변호사의 얘기를 듣고 집과 가게를 내놓게 됐다. 이 같은 충격적인 소식에 첫째 아들 영재(김석훈 분)와 첫째 딸 윤희(장서희 분)의 반발을 샀다. 윤희는 "나 찬성 못해. 절대로. 이 가게 엄마 명의로 된 엄마 가게지만 내 청춘도 고스란히 녹아있는 가게"라며 "영재 대출금도 있지만 내 대출금 쏟아부었다. 나한테 말도 한마디 없이 내 놓는 것은 아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정애는 딸에게 미안하다며 "이 상황에서 가게를 끼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이냐. 강재를 꺼내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마도 평생 시장일을 하며 일군 가게를 포기할 순 없었지만 찬바닥에서 생활하는 아들을 위해 팔기로 결심한 것이다. 결국 영재는 지금처럼 계속 처가살이를 하게 됐고, 윤희네는 방을 구해서 나가게 됐다. 첫째라는 이유로 늘 뒷전으로 밀려난 그녀는 섭섭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마 엄마의 마음은 멀쩡하게 잘 사는 자식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소외된 자식일수록 더 마음이 가는 게 아니었을까. 차별 대우를 하지 말라는 딸의 외침도 무시한 엄마에게는 둘째 강재가 가장 아픈 손가락일 게다. 이 드라마는 자식을 위한 엄마의 사랑 뿐만 아니라 엄마를 향한 자식들의 사랑도 보여준다.
앞으로 자신의 처지만 따지며 이기적으로 살던 네 남매가 반성하고, 엄마의 사랑에 감사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결말로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엄마'의 변치 않는 넉넉한 사랑으로 감동을 주면서 말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