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노량진역’ 3년 공백 무색한 ‘역시 봉태규’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1.01 08: 11

배우 봉태규가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2012년 7월 방송된 드라마스페셜 ‘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를 이후로 예능프로그램 외에 드라마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였기에 배우로서의 컴백 소식은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봉태규는 그만의 자연스럽고 리얼한 연기로 다시 한 번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 봉태규로서의 이름값을 증명해냈다.
지난 31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3의 두 번째 작품 ‘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이하 ’노량진역‘)’(연출 이재훈, 극본 김양기)에서 봉태규는 서른 세 살의 4년 차 고시생 희준 역을 맡았다.
쳇바퀴 돌 듯 늘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희준에게 일상이란 회색빛 그 자체. 이런 그가 바라는 건 오직 ‘남들처럼 사는 것’ 뿐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량진에 입성한지 4년째인 희준은 공무원 학원에서 지도원으로 일하며 수업료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런 그는 1점 차이로 서울시 시험에서 떨어지게 되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강대교로 향했다. 그 와중에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에 희준은 아무렇지 않은 척 낙방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어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답답한 속을 풀어내듯 힘껏 소리를 질렀고, 팔을 휘저으며 몸부림치다 주저앉아 눈물 섞인 노래를 불렀다.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이라는 가사마저도 사치처럼 느껴지듯 시원하게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는 봉태규의 연기는 결핍 있는 캐릭터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한 표현이었다.

아까운 점수 차이로 쓰라린 고배를 마신 후 이를 악물고 국가직 공무원 7급 시험에 도전하려는 희준 앞에 어느 날 유하(하승리 분)가 나타났다. 축 처져있는 자신과는 달리 늘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유하의 등장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싫지만은 않았던 희준. 계속되는 우연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유하에게 마음을 열고 회색빛 일상에 색을 더해보려 하는 사이 희준의 성적은 떨어져만 갔고, 공무원 학원에서도 실수를 연발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장수생인 자신을 늘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김실장(한성식 분)의 모진 말들에도 늘 고개를 숙이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희준은 처음으로 참아왔던 화를 터뜨린 후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윤철(김정운 분)이 “연애에 한 눈 파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하자, “넌 되고 난 왜 안 되는데”라고 괴로운 듯 소리쳤다.
이렇게 유하의 등장으로 두 달 남은 시험에 집중하지 못하는 희준의 마음을 다잡아준 건 어머니의 존재였다. 아버지 몰래 자신을 찾아와 마음 편하게 공부에 매진하라며 돈을 건넨 어머니에게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냐”며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는 희준이었지만 자신의 합격만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의 말에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희준은 유하와의 연락을 끊었고, 다시 단조로운 일상으로 돌아가 마침내 시험에 합격했지만 그 사이 유하는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남들만큼 사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였던 희준은 유하의 죽음을 계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했던 유하의 말처럼 희준은 스쳐가는 일상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특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노량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무원 준비생 희준이라는 캐릭터는 봉태규라는 맞춤형 배우를 만나 보는 이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줬다. 언제나 그랬듯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완벽한 인물이 아닌, 소위 찌질하다고 하는 역할을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는 봉태규 말고 또 누가 있을까. 그의 컴백이 반갑다. / nim0821@osen.co.kr
[사진] ‘노량진역’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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