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은 말한다. "(나는)특히 젊은 남자배우들을 잘 받쳐준다. 백전백승이다. 영화는 망해도 상은 받게 해준다. 심지어 나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영화 '검은 사제들' 속 미드필더 같은 역할이 좋았다는 기자의 언급에 즉석에서 너스레를 떨며 던진 우스갯 소리다. 하지만 농담 속에 진리 있고 뼈가 있다.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뒤 뒤늦게 영화배우로 나선 김윤석은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연기파다. 타고난 배우가 탄탄한 기본기,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함과 스타인냥 재지않는 겸손까지 갖췄으니 그를 만나 배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김윤석의 가치를 알고 알맹이를 쏙쏙 빼먹은 '젊은 배우'들은 그와 작품을 찍고서 쑥쑥 컸다.
'전우치' 강동원이 그랬고(2009년) '추격자' 하정우(2010)가 뒤를 이었다. '베테랑' '사도'로 2015년 극장가를 뒤흔들더니 바로 TV로 건너가 '육룡이 나르샤'로 날고 있는 대세 유아인도 마찬가지. 2011년 극중에서 촬영중에서 선생님으로 김윤석을 만난 '완득이' 이후 승승장구다. 김수현도 '별그대'로 뜨기 전에 찍은 '도둑들'에서 김윤석과 공연했고 여진구는 화이(2013), 박유천은 '해무'(2014)를 통해 한 수 가르침을 받았다.
김윤석 말 그대로다. 젊은 스타들과 출연한 영화들 가운데 대박을 친 것도 많지만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한 작품도 상당수다. 그래도 그와 원투펀치, 또는 투톱으로 작품을 한 영건들의 이후 필모그래피를 보면 아주 확연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다. 주식으로 치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김윤석이 우스갯 소리를 빌러 마치 용한 점쟁이나 쪽집게 과외선생처럼 "(나를)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며 호탕하게 웃을 법 하다. 실제로 얼굴 몸매 되는 데 연기 안되는 신예를 둔 기획사 대표들은 김윤석 등의 연기파 배우들과 같이 캐스팅되기를 고대하고 힘을 쓰는 것이 연예계 생리다.
그런 김윤석이 강동원을 다시 만나 '검은 사제들'에서 호흡을 맞췄다. 5일 개봉이다. 강동원도 이제는 전성기를 누리며 일가를 이룬 배우. 완숙기에 접어든 김윤석과의 합이 이번 영화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에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검은 사제들'은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와 장르, 캐릭터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전우치' 콤비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이 영화삽집 이유진 대표와 6년만에 재회한 작품이라는 점도 영화의 완성도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배경이다.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장재현 감독은 “패스트푸드점 창가 너머, 어두운 곳에 신부님 한 분이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순간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검은 사제들'은 그 때 그 신부님의 모습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작품 구상의 계기를 설명했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김윤석-강동원의 모습과 어우러지며 뭔가 등줄기 오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김윤석은 교단으로부터 꼴통, 깡패 등으로 불리며 비밀스러운 문제적 인물로 낙인 찍힌 김신부를 연기한다. '타짜' 아귀를 시작으로 악역이건 선한 인물이건 틀에 박힌 일상을 거부했던 문제적 캐릭터 김윤석에게 딱 맞는 역할이다. 에로스적 악동 이미지의 강동원은 컨닝, 월담, 음주 등 상습적으로 교칙을 어기는 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았다. 딱, 강동원이다.
장 감독은 “김신부가 중년의 노련한 호랑이라면, 최부제는 ‘심바’와 같은 이제 막 어른이 되어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는 위험천만한 예식을 함께하며 점차 변모해 가는 김윤석과 강동원, 사제지간이며 선후배고 형제같기도 한 이 두 배우의 열연을 지켜보는 게 '검은 사제들'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어느 정도 완성된 젊은 배우에게 김윤석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궁금한 것도 사실이고./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