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김유곤 PD에 이어 MBC 예능 PD가 또 한 번 ‘무한도전’ 웃음 제조에 일조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연출자인 박진경과 이재석 PD가 웬만한 개그맨보다 웃긴 독설로 시청자들을 웃겼다. 웃음을 만들어가는 데 일가견이 있는 예능PD다운 깜짝 출연이었다.
지난 달 3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웃긴 일반인을 찾는 웃음 사냥꾼 특집에 앞서서 박명수의 웃음 장례식 콩트가 펼쳐졌다. 박명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자신의 장기인 디제잉을 보여줬지만 재미 없다는 지적 속에 시청률 4위를 한 바 있다. 한 네티즌은 박명수가 직업이 웃겨야 하는 개그맨이지만 웃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웃음사망꾼’이라는 독설을 날렸고, ‘무한도전’ 제작진은 웃음 장례식을 착안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비롯한 동료들이 박명수의 웃음 장례식에 조문을 한다는 구성의 콩트를 방송한 것. 특히 이 사단의 원흉으로 지목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연출자인 박진경 PD와 이재석 PD가 조문을 온 후 벌인 콩트가 큰 재미를 선사했다. 박명수를 비롯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두명의 연출자를 향해 “여기가 올 자리냐?”, “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때문이다”라고 원망을 하는 상황극은 가상과 현실 사이를 오고가며 기대하지 않았던 웃음을 형성했다.
특히 두 명의 PD가 박명수와 ‘무한도전’ 멤버들이 실패한 이행시를 두고 독설 가득한 농담을 던져 웬만한 개그맨보다 웃기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두 번 다시 보지 말자는 PD들의 농담과 이를 듣고 분개하는 멤버들의 상황극은 웃음 장례식이라는 재기발랄한 설정과 함께 이날 방송의 큰 웃음 지점이었다. 사실 웃음 사냥꾼 특집은 웃긴 일반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한계 속에 별다른 웃음을 만들지 못했는데, 웃음 장례식은 본편인 웃음 사냥꾼 특집보다 재밌는 부가 방송이었다.
‘무한도전’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재미없다는 독설에 시달린 박명수를 웃음 장치로 활용했는데,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소환돼 웃음 장치가 극대화됐다. 이는 ‘아빠 어디가’를 연출했던 김유곤 PD가 때마다 이 프로그램에 소환돼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자꾸 빵빵 터지는 웃음 장치로 활용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웃음 형성 최전선에 있는 예능 PD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웃긴지 알고 있어 가능한 재미다.
딱히 웃기려고 하지 않고 날카로운 일침만으로도 재미를 선물하고 있는 것. 두 명의 PD들이 수다스럽거나 과장된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 출연한 그 어떤 출연자보다 강력한 즐거움을 안긴 것은 분명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연출자들의 ‘무한도전’ 출연은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던 웃음 사냥꾼 특집의 빈 구멍을 채우는 동시에 다음 출연을 기대하게 하게 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