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원의 드라마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별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작품도 주원이 들어가면 흥행작이 되고는 했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어떤 배역을 맡아도 안정적이게 소화해내는 연기력이다. 일제시대 악당들을 물리치는 영웅('각시탈')으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천재 의사('굿 닥터')로, 아픈 동생을 위해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돌팔이 외과의사('용팔이')로 분한 주원은 매번 안정적이면서도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청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그에게 아픈 손가락이 있다면, 영화 출연작들이다. 영화의 성패는 하늘에 달린 것이라고 하지만, 유독 주원이 출연한 작품들은 '흥행'과 거리가 멀었었다. 범죄 액션 영화 '특수본'(2011)부터 시작해 공포물인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금지'(2012), 로맨스물인 '캐치미'(2013), 코미디 장르의 '패션왕'(2014) 등 거의 매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도전했지만 아쉬운 성적을 얻었다.
그런 그가 2015년 다시 한 번 스크린에 출사표를 던졌다. 호러가 가미된 스릴러 영화 '그놈이다'(윤준형 감독)다. 소속사 대선배인 유해진과 함께 한 그는 선배의 카리스마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모습.
'그놈이다'는 주원이 로맨스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찍은 첫 작품이다. 극 중 의문의 살인마에게 여동생(류혜영 분)을 잃은 오빠 장우 역을 맡은 그는 범인이라고 의심되는 동네 약국 주인 민약국(유해진 분)을 쫓으며 엎치락뒤치락, 쫄깃한 추격전을 보여준다.
역시나 주원은 '그놈이다'에서도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다. 재개발을 앞둔 을씨년스러운 어촌 마을, 여동생과 함께 막일을 하며 살아가는 장우는 과묵한 성격의 청년이다. 주원은 장우 역할을 맡아 세상에 하나 뿐인 가족이었던 여동생을 잃은 슬픔과 분노, 범인을 찾고야 말겠다는 집요한 의지 등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다.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스릴감이 뛰어나다는 평. 실제 지난 달 28일 개봉한 '그놈이다'는 4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장기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실어주고 있다. 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그놈이다'는 지난 달 31일 하루 동안 전국 19만명 관객을 동원했고, 누적관객수는 45만명을 넘었다.
주원은 '소처럼 일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매년 꾸준히, 두려움 없이 다양한 장르의 배역을 소화하는 열정도 이 같은 부지런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 부지런함은 드라마에서 한 차례 그 진가를 보여줬다. 드라마에서만큼은 '주원=흥행'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 이제는 문턱이 높았던 스크린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차례다. 과연 '그놈이다'는 주원의 첫 스크린 흥행작이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그놈이다'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