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웃음 사냥꾼 특집은 누가 봐도 ‘망하고 실패한 특집’이다. 허나 재미없는 상황의 연속일지언정 어색한 분위기 속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겼다. 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말아먹는 특집이 나오는 것은 무리수가 될 수 있어도 일단 도전하고 보는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웃음 사냥꾼 특집을 함부로 ‘망한 특집’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지난 달 3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기획한 특집인 웃음 사냥꾼 특집이 펼쳐졌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중에 재밌는 사람을 찾겠다는 구성인데, 예상 외로 웃음이 터지지 않아 출연진도 제작진도 당황했다. 공개 코미디 무대에 오르는 개그맨들도 일주일 동안 고심해야 웃길 수 있다는 개그맨 멤버들의 설명은 이 기획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것을 알게 했다.
수십대의 카메라가 자신을 보고 있는 와중에 빵빵 터지는 웃음을 안길 일반인이 누가 있겠느냐가 이 특집의 맹점이었다. 평소엔 웃겨도 멍석이 깔렸을 때 갑자기 큰 웃음을 형성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와 같았다.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어색한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로 이어졌다. 어느 순간 웃음 사냥꾼의 관전 지점이 바뀌었다. 과연 일반인들이 웃길 수 있느냐를 노심초사하게 바라보게 됐고, 매번 실망하고 당황하는 멤버들의 표정을 살펴보게 됐다.
대놓고 망했다고 한숨을 짓는 멤버들, 웃음 사냥꾼의 주동자인 박명수를 책망하는 제작진의 편집은 사실 큰 웃음을 찾기 어려웠던 이 프로그램의 소소한 즐거움이 됐다. 지난 해 대박을 터뜨렸던 ‘토토가’ 열풍은 멤버들이 직접 기획하는 특별기획전에서 탄생했다. 멤버들의 어이 없고 촌스러우며 새롭지 않은 기획들이 예상 외로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했던 ‘토토가’의 시작이었다.
누가 그토록 큰 대박이 터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겠나. 시작은 참 볼품이 없었던 무리수였지만 끝은 화려했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특별기획전을 통해 탄생한 웃음 사냥꾼은 출연자를 섭외하는 과정만으로도 웃길 것이라는 MBC 예능 PD의 소견과 달리 방송이 진행되면 될수록 소위 망한 기운이 엄습했다.
큰 재미는 없었지만, 이 특집을 함부로 망한 특집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이유는 있다. ‘무한도전’이 지난 10여년간 더 이상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큰 재미를 형성했던 것은 이 같은 무리수일 수도 있지만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이 특집이 다소 흥미롭지 않았어도 실패한 특집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나 재미 없을 것이라는 예단 속에 스스로 선을 긋고 늘 가던 길만 갔다면?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도전이 없었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한도전’이지만 이것 하나는 명확하다. 무리수일지언정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이 국민 예능으로 불릴 수 없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