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박나래와 장도연, 개그맨 무덤 '마리텔' 뚫은 좀비女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11.01 10: 44

두 명의 좀비 스타가 탄생했다. 왜 좀비냐고? 무덤에서 살아나왔으니까.
박나래와 장도연이 개그맨들의 무덤으로 여겨지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살아남았다. 웃음 단두대라고 불리며 데뷔 23년 내공의 박명수도 진땀 흘리게 만들었던 ‘마리텔’에서 자신들의 강력한 무기인 기괴한 분장으로 팔딱팔딱 살아숨쉬는 웃음 생명력을 자랑했다.
‘마리텔’은 스타들이 인터넷 방송을 하는 모습을 담은 구성. 스타들이 가진 장기를 보여주면서 시선을 끌어야 하는데, 웃기는 게 장기인 개그맨들이 유독 취약한 예능이었다. 정보 제공을 내세운 김구라를 제외하고 홍진경, 조세호, 남창희, 박명수 등 출연하는 개그맨들마다 재미 없다는 ‘노잼’ 지적 폭탄을 받으며 굴욕을 당했다.

이는 개그맨들이 웬만해서는 반전 매력을 보여주기 쉽지 않기 때문. 이 프로그램은 예상 못한 반전 카드가 있어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개그맨들은 당연히 웃길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어 반전을 만들기 쉽지 않다. 오히려 재미보다는 정보 제공을 내세운 김구라가 간혹 터뜨리는 독설과 농담이 즐거움을 안기는 것을 보면 ‘마리텔’이 왜 웃음 단두대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웃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이들이 웃겨야 재밌는 곳이 ‘마리텔’인 것. 결국 웃음을 무기로 하는 개그맨들은 웬만해서는 시선을 끌 수 없는 곳도 여기다. 오죽하면 박명수가 ‘마리텔’에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했다가 웃음 사망꾼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어 자신의 대표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놀림을 당했을까.
이 가운데 개그우먼인 박나래와 장도연의 출연은 또 하나의 ‘개그맨 흑역사’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허나 두 사람의 수위가 센 발언과 강력한 분장은 예상 못한 돌발 재미가 됐다. 이들은 스스로도 “인터넷용”이라고 말할 정도로 지상파 방송 수위를 넘나드는 ‘19금 농담’이 쏟아지고, 괴상한 분장으로 독특한 모양새를 즐기는 네티즌을 든든한 ‘뒷배’로 얻었다. 물론 일반적인 시청자들에게는 호불호가 엇갈리는 웃음 장치인지라, 제작진이 칼 같이 편집했지만 네티즌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사실이 더해져 재미를 높였다. 
제작진은 이들의 수위 높은 발언과 행동을 편집하면서도 이들이 무슨 재미를 선사했는지 예측할 수 있게 여지를 두며 시청자들이 상상의 웃음 나래를펼치게 했다. ‘마리텔’의 상징인 텔레비전 캐릭터들이 두 사람이 방송 불가 발언을 할 때마다 등장해 편집 지점을 굳이 알려주며 웃음의 여지를 남긴 것.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었고 방송에 분명 나오지 않아도 재미가 터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덕분에 개그맨들의 무덤이라는 ‘마리텔’에서 박나래와 장도연이 살아남고 시청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반전이 펼쳐졌다. 
박나래와 장도연의 인터넷과 지상파 방송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방송은 개그맨들도 ‘마리텔’에서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금기의 담장’을 걸으며 재미를 선사한 두 예능인들의 거침 없는 웃음 폭격이 꽤나 깊은 잔상을 남겼다. / jmpyo@osen.co.kr
[사진]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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