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행을 저지를 때는 한없이 악랄한데, 사랑하는 여자 전인화 앞에서는 이보다 더 큰 순정이 없다. ‘내딸 금사월’ 손창민이 악역과 도무지 걸맞지 않은 귀여운 ‘순정남’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웃게 하고 있다. 몽둥이로 시원하게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못됐는데, 전인화 앞에서는 약해지는 손창민의 오락가락 도깨비 같은 행보가 시트콤처럼 펼쳐지고 있다.
손창민은 현재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에서 재산을 불리고 명예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도 서슴없이 죽일 수 있는 강만후를 연기하고 있다. 만후는 야망으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 신득예(전인화 분)의 아버지 신지상(이정길 분)을 낭떠러지로 밀었던 악마 같은 사람. 허나 득예에게는 이 세상 둘도 없는 순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득예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삐뚤어진 순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1일 방송된 18회는 사랑에 눈이 멀어 허당기를 뽐내는 만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만후는 오혜상(박세영 분)과 함께 이 드라마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데, 득예의 복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꾸 속는 ‘덜떨어진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득예는 자신을 사랑하는 만후를 이용해 만후의 재산과 회사를 빼앗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득예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만후의 그림을 빼돌렸는데, 득예는 위기 때마다 만후가 자신을 돕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림을 위작으로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에 만후를 회사 밖으로 불러들이고, 만후는 득예의 부탁에 바쁜 와중에도 1시간씩이나 득예를 기다리는 애처가의 모습을 보였다. 기업 회장인데다가 아침부터 정신 사납게 김장을 하는 것을 잔소리하던 만후가 득예의 부탁해 장갑을 끼고 김치통을 옮기는 순한 양이 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만후는 집 안에서는 애처가인데, 문 밖만 나가면 서슬퍼런 눈빛으로 탐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이중적인 만후의 행동은 2% 부족하고 어설픈 악역이라는 점에서 ‘내딸 금사월’ 갈등 구조의 숨통이 트이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현재 이 드라마는 득예가 만후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만후에게 들킬 뻔 하며, 이후 다시 위기를 벗는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만후는 여전히 기세등등한 가운데, 득예의 위기탈출과 복수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다만 자꾸 같은 이야기만 반복되고 별다른 진척이 없는 까닭에 다소 답답한 전개를 보이는데, 그나마 손창민이 연기하는 만후의 웃긴 설정이 ‘내딸 금사월’을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18회 방송 말미 금사월(백진희 분)의 친 아버지 정체를 알고 있는 이홍도(송하윤 분)가 사월이와 재회할 가능성이 그려졌다. 다만 19회 예고에 홍도가 큰 사고를 당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사월이와 홍도의 재회가 다음 기회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 jmpyo@osen.co.kr
[사진] ‘내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