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송곳’ 안내상, 인생은 실전임을 알려주는 진짜 스승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5.11.02 06: 57

  오랜만에 거물급 드라마가 등장했다. 배우들의 흠 없는 연기와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대사 그리고 노동자로 살아가는 인생을 살아보게 만드는 메시지까지 ‘송곳’을 향한 칭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송곳’에서 안내상은 구고신 노무사 역할을 맡아서 시시하지만 구질구질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시시하지만 거대한 악당들과 싸우는 요령을 알려주는 스승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일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 4회분에서는 황준철(예성 분)의 부당한 징계위원회를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이수인(지현우 분)과 구고신(안내상 분)이 회사와 싸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구고신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본격적으로 푸르미마트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구고신의 가르침 첫 번째는 룰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황준철(예성 분)은 5년간 믿고 따랐던 허과장(조재룡 분)이 자신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해고하려고 하는 사실을 깨닫고 흥분해서 마트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나 구고신은 마트에서는 한 번에 직원을 자를 수가 없기에 이런 방법을 택했다며 사람 목숨 질긴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수인에게 싸우기 위해서는 룰을 알아야한다면서 취업규칙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해 정한 규칙을 말한다. 푸르미마트의 취업규칙을 본 구고신은 “취업규칙은 캐비넷 안에 잠자고 있는 것이 더 낫다”며 “어차피 안 지킬 줄 알고 그럴싸한 조항들을 만들어 놓는다”고 말해 잠자고 있는 취업규칙을 활용할 것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구고신의 두 번째 가르침은 싸움은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고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움직이라는 것이었다. 구고신은 노조를 조직하고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이수인에게 싸움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구고신은 “싸움은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경계를 확인하려면 행동해야한다. 당신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봐야 상대를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라고 말하며 이수인을 격려했다. 이수인은 구고신의 말을 듣고 노조원들과 함께 매장에 당당히 종이팻말을 들고 서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의 시위를 본 점장인 갸스통(다니엘 분)과 직원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위를 지켜본 다른 직원들과 고객들은 모두 그들에게 주목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구고신이 주는 마지막 교훈은 함께 싸우는 사람들을 믿으라는 것이었다. 이수인은 자신이 노조로 끌어들인 황준철에 대한 책임감과 거대한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초조해했다. 이에 구고신은 “우리가 하는 일은 시시한 약자를 위해서 시시한 강자와 맞서는는 일이다”며 “착하고 순수한 인간 말고 구질구질하지만 평범한 인간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구고신은 징계위원회를 앞둔 상황에서 홀로 징계위원회에 들어가야 하는 황준철을 믿지 못하는 이수인에게 “징계위원회에서 안되면 노동위원회도 있고 재판도 있다”며 “너무 초조해 하지 말고 자신의 싸움을 하는 이들을 믿으라”고 조언했다. 함께 서있는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통제하려고 들면 제대로 싸울 수 없다는 뜻이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보는 것이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진정으로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가르침이었다.
‘송곳’은 원작의 대사와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리면서 순항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송곳같은 대사로 사이다를 마시고 난 뒤에 청량감과 폐부를 찌르는 시원함을 주는 구고신역의 안내상이 있다. 앞으로 어떤 연기와 대사로 남은 ‘송곳’을 이끌지 기대를 모은다.   /pps2014@osen.co.kr
[사진] '송곳'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