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색하고 싫었던 부녀 사이가 이제는 “사랑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친해졌다. 함께 했던 시간이 모여 소중한 추억이 됐고, 아빠와 딸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게 됐다. 10개월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아빠와 딸은 누구보다 든든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었다.
지난 1일 S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이하 ‘아빠를 부탁해’)가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종영됐다. 지난 설 특집 파일럿 예능으로 첫 선을 보였던 ‘아빠를 부탁해’는 강석우, 이경규, 조재현, 조민기 부녀가 출연해 어색한 아빠와 딸 사이를 재조명,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 속에 지난 3월 정규 편성 기회를 잡았다.
아빠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눈치를 보고 속앓이를 하는 딸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쑥스러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고, 근엄해 보이던 아빠의 반전 모습은 큰 재미를 안겼다. 강석우와 조민기 부녀가 개인적 사정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투입된 이덕화, 박세리 부녀 역시 소소한 재미를 안기며, 아빠와 딸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마지막 방송에서도 네 부녀의 가슴 찡한 감동의 메시지와 웃음이 공존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데이트를 즐기며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밝히며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이경규 이예림 부녀는 양조장을 찾아 주당 부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한편 함께 찍은 사진을 정리했다.
이경규는 “지금도 많은 대화를 하지는 않지만, 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취미 생활, 친구, 성격을 알게 됐다. 잃어버린 20년을 찾은 느낌”이라며 “몰랐던 딸의 세계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이예림은 “아빠를 보면서 웃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은 깔깔거리며 웃는다. 거의 10년만이다”라며 “처음에는 어색하고 숨막히기까지 했는데 이걸 하면서 많이 웃었다. 이게 가장 큰 변화다”라고 10개월간의 변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경규는 “사실 출발할 때는 10점짜리 아빠였는데 지금은 60점 정도다. 딸도 60점 정도다. 훌륭한 딸은 아니다”고 서로를 제대로 평가해 웃음을 안겼다. 그리고 딸과의 스킨십을 온 몸으로 거부, 앞으로도 해나가야 할 것이 많음을 암시했다.
이 같은 마음은 조재현 조혜정 부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그 때처럼 대학로 데이트에 나선 두 사람은 함께 첫 방송을 보고, 서로에게 자필 편지를 쓰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이제는 조재현이 툴툴거리면서도 빠짐없이 다 해주는 고마운 아빠임을 잘 알고 있는 조혜정은 “이제는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아빠가 편하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또 조혜정은 조재현이 쓴 자필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 편지에서 조재현은 “지난 1월에 비하면 모든 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좋은 일, 신나는 일, 가슴 아프고 힘든 일, 어쩜 이 모든 과정이 한 편의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50부작 드라마 중 한 편을 마쳤다고 생각하자. 첫 번째가 가장 힘들고 기억에 오래 갈 것이다. 그리고 특히 요즘 많이 힘든데 절대 가족에게 힘든 티 안 내고 웃는 얼굴로 대하며 속마음을 감추는 모습을 보고 어제 엄마가 더 아파하더라”고 했다. 아빠의 진심에 조혜정은 “감동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고 설명했다.
아빠 이덕화와 함께 낚시 데이트에 나섰던 이지현 역시 “아빠와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 죄송했다. 지금은 다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우리 정말 가깝고 멋있는 부녀가 되어가자. 사랑해요”라고 편지를 썼다. 그리고 이덕화는 “시집 갈까봐 겁난다”고 딸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 뭉클함을 안겼다.
이덕화는 “짧은 시간이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송이 아니라 많은 것을 얻었다. 고맙다. 우리 가족은 이제 탄탄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또 박세리는 “아빠에게 든든한 딸로서 더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겠다. 사랑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혜정은 조재현에게 ‘아빠랑 더 하고 싶은 것들’을 적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툴툴거리면서도 하나씩 다 읽어보던 조재현은 끝까지 조혜정의 생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모두를 웃게 했다. 조재현은 딸과 함께 하면 가장 많이 바뀐 점에 대해 “전에는 뭘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나, 내가 하는 일, 가정 순위를 잘못 생각했다. 수평으로 놓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앞으로 더 달라질 모습을 기대케 했다.
이경규 역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까”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고, 이예림은 “‘아빠를 부탁해’ 끝나도 계속 서먹해지지 않고 많은 이야기 나누고 건강도 더 챙기자”며 시즌2를 언급하더니 “아빠 사랑해”라고 훈훈한 마무리를 지었다. 방송이라서가 아닌 아버지와 딸로서 굉장히 소중한 10개월을 만든 네 부녀의 마지막은 그 자체로 가슴 따뜻한 감동이었다.
한편 ‘아빠를 부탁해’ 후속으로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오디션 ‘K팝스타5’가 오는 22일 첫 방송된다. /parkjy@osen.co.kr
[사진] ‘런닝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