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말드라마 '송곳'을 보고 있으면 '을(乙)'들이 살기 위해 다른 '을(乙)'을 후벼파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걸 보는 시청자의 마음도 멀쩡하진 않다. 그게 타인의 일 같지 않기 때문에다.
지난 1일 방송된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 4회에서는 황준철(예성 분)의 부당한 징계를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이수인(지현우 분)과 구고신(안내상 분)이 회사와 싸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구고신은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일러주며, 힘 없는 그들이 푸르미마트라는 거대한 업체와 싸울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구고신의 가르침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룰을 알아야 한다'며 회사의 취업규칙을 우선적으로 확보해 숙지하는 모습, '싸움은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며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움직이라'는 말로 매장 내 팻말 시위를 시작케 했다.
이어 '함께 싸우는 사람들을 믿으라'는 말로 함께 서 있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통제하려 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보는 것이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진정으로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이같은 촌철살인 대사와 리얼리티가 묻어나는 연출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을 도왔고, 또 자신의 모습에 대입시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시시한 악당'으로 묘사된 푸르미마트의 그것이 우리네가 각자 몸담고 있는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적당히 부당함을 감내하고 사느라 점점 폐부가 썩어들어가는 것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송곳'은 그야말로 일침을 가한 셈이다. '송곳'은 그저 드라마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인생 지침서'와 같은 작품이다. / gato@osen.co.kr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