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쟁 속에서 능력 밖에 능력을 요구받을 때, 결국 채수빈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전교 2등이 능력의 한계치인 학생에게 계속 1등을 하라고 요구하면, 결국 편법을 쓸 수 밖에 없다. 시험지를 훔치고, 이 사실을 아는 친구들에게 협박과 애걸을 하며 전전긍긍하는 채수빈.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KBS 월화극 ‘발칙하게 고고’는 과도한 경쟁 속에 놓여진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수아(채수빈)의 엄마 현미(고수희)는 수아를 미국 아이비리그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교 2등인 수아에게 늘 1등을 강요하고, 심지어 딸의 봉사 활동을 위해 학교에 치어리더 팀까지 만든다.
지난주 방송에서는 늘상 2등인 수아가 시험지를 훔치고, 그 사건을 1등인 김열(이원근)에게 덮어씌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열은 누명을 벗고 학교로 돌아오지만, 자신에게 죄를 씌운 수아에게 복수하기 위해 증거를 찾아낸다. 수아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하는 것.
3일 방송에서는 열이 수아에게 직접 자백하라며 3일의 여유를 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수아는 열 앞에서 울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만, 뒤로는 그 동영상을 훔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결국 동영상은 다른 친구들에 의해 전교생에게 공개되고, 수아는 그 동영상을 연두(정은지)가 올렸다고 오해해 연두를 계단에게 밀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당장의 시험이 무서워 시험을 훔치기는 했지만, 자신의 죄가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수아. 현미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려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지만, 엄마가 무서워 혼자 감당해보려 발버둥치는 수아. 뻔뻔한 만행에 미워죽겠다가도, 불안감에 담배를 피우는 수아의 모습을 볼때면 짠해지기도 한다.
이제 겨우 18, 19살인 수아가 저렇게 악해질 때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를 그렇게 만든 건 현미, 학교, 결국은 사회인 것이다. 수아의 모든 것을 툴툴 털고, 여고생다운 발랄함을 가지게 되는 날이 올까. 참 불쌍해지다.
/ bonbon@osen.co.kr
[사진] ‘발칙하게 고고’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