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에게 있어 이종혁은 참 나쁜 남자다. 비밀 연애를 하는 2년 동안 사랑하는 여자보단 일이 먼저였고, 사랑표현조차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딱히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원하는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채 앞을 보고 달려가기만 했다.
이런 그의 곁을 언제나 맴돌아준 행아(정려원 분)의 존재는 소중했고, 또 당연했다. 좀 더 원하는 자리에 올라가면 그동안 못했던 모든 것을 해 줄 생각이었지만 행아는 헤어짐을 고했다. 하지만 석준(이종혁 분)은 그녀와 헤어진 적이 없고, 헤어질 생각도 없다. 지난 2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풍선껌'(극본 이미나, 연출 김병수)에서는 여전히 서로를 잊지 못하는 석준과 행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석준은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설움을 고백했던 행아를 위해 케이크를 들고 그의 집을 찾았다. 리환(이동욱 분) 역시 말다툼을 했던 행아에게 사과하기 위해 찾아왔고, 두 사람은 마주쳤다. 행아의 집으로 향하는 자신을 막는 리환과 기싸움을 벌인 후 석준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는 행아에게 가지 않았다. 행아가 자신에게 늘 그랬듯, 이젠 자신이 기다려 줄 차례란 걸 아는 석준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연애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늘 무표정한 얼굴에 표현이 서툰 석준에게 행아는 그를 웃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양 손에 테이프를 감고 나타난 행아는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석준에게 손을 내보이며 먹여달라고 졸랐다. 석준은 “원래 이런 것 안 한다”면서도 “그럼 안 먹겠다”고 투정을 부리는 행아에게 못 이기는 척 음식을 건넸고, 이를 먹고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행아의 모습에 석준도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행아 역시 석준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라디오의 새 코너에 관해 회의를 하던 중 언급된 석준의 이름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그의 모습에 태희(김리나 분)는 행아가 비밀 연애를 했던 상대가 석준이란 사실을 알아챘다. 이에 행아는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고, 이어 “어제 선배가 나 없으면 안 된다고. 나 그 말을 왜 또 믿고 싶지. 아닌 거 알거든. 그것도 모르면 진짜 바보거든”이라고 말하면서도 석준과 함께 하는 동안 부족했던 자신의 행동을 자책했다. 또한 방송국 사람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도 행아는 “너한텐 내가 그렇게 마음 넓은 사람으로 보였니. 네가 나 좋아하단 이유로 내 옆에 있게 해주는 그런 사람으로. 널 안 보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그렇게 했을 거다”라고 했던 석준의 말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이렇게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은 다시 마주했다. 술에 취한 행아가 편집을 핑계로 리환에게서 도망쳐 방송국으로 들어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잠든 사이, 석준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행아에게 걸려 온 리환의 전화를 대신 받은 석준은 “나중에 통화하시죠. 행아 옆에서 자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핸드폰을 껐다. 이 말에 놀란 리환이 막무가내로 스튜디오로 들어 와 보게 된 건 서로를 마주하고 서 있는 석준과 행아의 모습이었다. 리환의 등장에 석준은 스튜디오의 문을 잠갔고, 행아가 그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다가갔다. 이에 리환은 화재경보기를 울려 두 사람을 스튜디오에서 나오게 만들었고, 문이 열리자마자 석준에게 주먹을 날렸다.
비록 연애를 하는 동안에는 행아를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몰라 외롭게 만들었던 석준이다. 하지만 행아의 이별선언에 그는 잘못을 깨달았고, 이젠 묵묵히 행아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려 하고 있다. 무뚝뚝하지만 진심어린 말투로 전한 그의 마음이 행아를 흔들어놓은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 다정하고 살뜰하게 행아를 챙기는 리환과 달리 늘 행아를 외롭다고 느끼게 한 나쁜 남자였지만 석준의 마음 깊은 곳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사랑이 존재하고 있음을 안다. 행아가 행복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가기 위해선 리환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석준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한편 '풍선껌'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 같이 지내던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천진 낭만 로맨스 드라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풍선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