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가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고 또 친다. 그야말로 심장이 쪼그라드는 두뇌 싸움이 따로 없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9회에서는 정도전(김명민 분)의 머리에서 나온 혁명의 불씨 안변책이 개경에 있는 도당에서 가결되는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그려졌다. 교묘하고도 기막힌 심리전이 더해진 ‘육룡이 나르샤’는 한 편의 짜릿한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이미 백성의 것을 잔뜩 빼앗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더 많은 것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머리를 쓰고 움직이는 권문세족 일당. 그들이 모이는 곳이 도당이다. 그곳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 정도전은 거꾸로 그들의 욕심과 불안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정도전은 홍인방(전노민 분)에게 자신과 잠시 손을 잡고 이인겸(최종원 분)과 최영(전국환 분)을 몰아내자고 제안했다. 이인겸과 최영을 누르고 싶은 홍인방의 심리를 교묘히 자극한 것. 동시에 연희(정유미 분)를 통해 개경에 백윤(김하균 분)을 죽인 것은 홍인방과 길태미(박혁권 분)라는 소문이 퍼지도록 조치했다. 이를 통해 홍인방의 불안을 더욱 극심해졌다.
이 소문을 들은 최영 역시 이인겸을 자극했다. 이번 기회에 홍인방과 길태미를 몰아내자는 것. 이인겸은 길태미에게 회유와 협박을 동시에 했고, 길태미는 납작 엎드리기를 결심했다. 길태미는 홍인방에게 가 함께 재산의 절반을 내놓고 이인겸에게 머리를 숙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홍인방은 어쩔 수 없이 길태미를 따르고자 했다.
길태미가 홍인방을 배신할 것이라 생각했던 정도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동생 분이(신세경 분)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분노한 땅새(변요한 분)가 이 판에 뛰어들었다. 땅새는 홍인방을 습격했고 길태미와 검을 겨뤘다. 목숨을 부지한 홍인방과 길태미는 땅새의 습격 뒤에 이인겸이 있다고 판단, 원래의 계획을 뒤집고 정도전의 손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혁명의 불씨 안변책은 가결됐다. 믿었던 길태미에게 뒤통수를 맞은 이인겸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청년 이방원은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
안변책의 가결이 있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고민하고 두뇌를 움직였다. 정도전의 머리에서 나온 안변책,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 몰래 안변책에 인장을 찍어 개경으로 보낸 이방원, 홍인방과 길태미의 불안한 심리를 역이용하며 권력싸움에 불을 붙인 정도전, 그 외의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없이 재고, 서로의 뒤통수를 치며 배신한 권문세족들까지. 이들이 벌이는 심리 싸움은 ‘육룡이 나르샤’의 촘촘하고도 탄탄한 스토리, 짜임새 있는 구성, 긴장감 넘치는 연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됐다.
여기에 첫사랑의 아련한 아픔을 갖고 있는 땅새와 연희의 이야기, 차곡차곡 인연을 쌓아가며 조선 건국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선 이방원과 분이(신세경 분), 그리고 무휼 등 ‘육룡이 나르샤’ 9회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다음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을 극대화했다.
두뇌싸움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조선 건국’을 위해서는 더욱 더 많은 짜릿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여섯 용이 몸을 일으키며 새 나라 조선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