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왕자의 난’을 일으키며 반대파인 정도전 일파를 대상으로 피의 숙청을 벌여 ‘킬방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방원. 이러한 이방원의 모습은 그간 사극을 통해서 여러 차례 그려진 바 있는데, 이번 ‘육룡이 나르샤’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9회에서는 새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정도전(김명민 분)이 홍인방(전노민 분)을 비롯해서 고려의 권력을 쥔 사대부를 뒤흔드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물론 그 주축에는 이방원(유아인 분)이 있었다.
앞서 이방원은 왕위를 거절한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 대신 안변책이 적힌 장계에 그의 인장을 찍어 이신적(이지훈 분)에게 전달하며 혁명의 불씨를 당겼다. 이를 뒤늦게 알아챈 이성계가 둘째 아들 이방과(서동원 분)을 보내 당장 이방원을 잡아들이라고 명했지만, 이에 멈출 이방원이 아니었다.
“형님도 원하던 바가 아니냐”며 호소하던 이방원은 설득이 먹히지 않자 결국 무력을 택했다. 자신의 호위무사로 명한 무휼(윤균상 분)을 시켜 “형님을 모시거라”라고 명한 것. 짧은 순간이었지만, 표정이 돌변한 채 싸늘하게 대사를 읊는 그에게서 훗날 철혈군주로 거듭날 ‘킬방원’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결단력과 행동력 역시 남달랐다. 안변책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도전(김명민 분)의 계획이 삐걱거리자 직접 개경으로 와 홍인방(전노민 분)과 담판을 벌인 것이다. 그는 안변책이 위조됐음은 숨긴 채 홍인방이 보낸 적룡은 함주에 억류돼 있다며 “그러니 대사성은 나를 인질로 삼으시면 된다. 내일 안변책을 통과시켜라. 거래는 그 다음이다”라고 말했다.
분이, 무휼과 알콩달콩 또는 티격태격하며 소년다운 매력을 뽐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야심가 홍인방 앞에서조차 기죽지 않고 오히려 안변책을 통과시키라며 거래를 제안하는 이방원에게서 과연 ‘잔트가르’ 이성계의 아들이자, 훗날 조선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태종의 기세가 느껴졌다.
결국 이방원의 계획대로 안변책은 도당 회의에서 통과됐고, 이를 지켜보던 이방원은 “이제 혁명의 진채가 마련됐다”라며 미소 지으며 본격적인 혁명의 불씨가 당겨졌음을 알렸다. 이에 이방원은 정도전을 도와 조선 건국에 가담한 일등 공신이 됐지만, 역사적인 사실로 보아 이러한 그의 공은 높게 평가되지 않았고 정사에도 참여하지 못하며 결국 ‘왕자의 난’을 일으키는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이방원은 본격적인 각성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여러 가지 설정과 장면들을 통해 훗날 철혈 군주로 거듭날 것을 암시했다. 특히 이를 연기하는 유아인이 소년 같은 해맑은 표정을 하다가도 순식간에 싸늘하게 바뀌는 눈빛을 통해 이러한 캐릭터의 특수성을 완벽하게 살리고 있다. 그의 모습은 전개상 적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침내 혁명의 불씨는 당겨졌고, 진채 역시 마련됐다. 스승 정도전과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본격적인 활약을 보여줄 이방원의 모습은 어떨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