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배우 김호진(45)은 빙산의 일각이었나 보다. 그는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완벽한 변신을 했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강일주(차예련 분)에게 무섭도록 집착하는 권무혁이 맞춤옷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름끼치게 연기하고 있다. 부드러운 매력의 대표 주자인 김호진이 이토록 큰 변신을 하고, 심지어 잘 어울릴 줄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이렇게 좋은 반응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연기하는 배우로서 그런 생각을 해보진 않았는데, 드라마 관계자들은 경쟁작이 워낙 대작이라서 우리 ‘화려한 유혹’이 선방하고 있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전 워낙 드라마가 재밌어서 제가 무혁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거든요. 예전에도 악역을 한 적이 있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세진 않았거든요. 좋은 반응 정말 감사하죠.”
‘화려한 유혹’은 상대적으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사극인 SBS ‘육룡이 나르샤’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매회 휘몰아치고, 김상협 PD의 감각적인 연출, 김호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김호진이 연기하는 권무혁의 소름끼치는 반전이 이 드라마의 놓칠 수 없는 재미다. 강일주는 오랜 시간 진형우(주상욱 분)를 사랑했는데, 아버지 강석현(정진영 분) 때문에 권무혁과 결혼한 후에도 진형우에 대한 애달픈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권무혁은 강일주와 진형우의 관계를 알아차린 후 섬뜩한 표정을 짓거나 두 사람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덫을 놓는 등 악랄한 성격을 드러냈다. 김호진은 이 같은 반전을 특유의 선한 얼굴에서 돌변하는 표정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시청자들이 무혁이가 사이코패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당황스럽죠.(웃음) 무혁이는 어떻게 보면 사랑 표현 방식이 저희와 다른 거예요. 저는 무혁이를 연기하면서 요즘 뉴스에 나오는 사랑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떠올렸어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고 좋지 않은 일을 꾸미는 일이 있던데, 그 사람들처럼 사랑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일주에게 집착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 분들도 무혁이를 사이코패스라는 단어 하나에 묶어두지 않으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착한 남자가 사랑에 집착을 할 때 돌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많은 시청자들은 김호진이 그동안 했던 인물들이 주로 선했기에 이번 권무혁도 강일주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비련의 남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허나 김호진은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완벽히 치는 연기를 했다.
“김상협 감독님이 권무혁이 드라마 시작 전에 너무 노출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이런 반전이 있으니까 숨겼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감독님 생각이 맞았어요. 시청자 분들은 권무혁에 대한 정보가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한 장면이 강하게 각인이 된 것 같아요. 무혁이는 제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더 많은 비밀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감독님이 ‘무혁이는 강석현과 권수명(김창완 분) 같은 무서운 사람들과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만 들어도 제가 연기하는 무혁이가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어요.”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jmpyo@osen.co.kr
[사진] 메이퀸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