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연결된 전화, 그 전화를 통해 1년 전 살해당한 아내를 구해야하는 남편. 영화 '더 폰'은 이색적인 소재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로 개봉 이후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런 탄탄한 스토리가 신인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면, 믿어지시는가. 조연출 생활을 해왔지만 장편 영화로는 이번이 입봉작인 김봉주 감독은 '더 폰'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고 메가폰까지 잡으며 영화의 높은 완성도를 만들어냈다.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건만, 김봉주 감독은 모든 공을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그중에서도 주연을 맡은 배우 손현주에 대한 칭찬을 할 땐 요만큼의 과장을 포함하지 않고, 입에 침 한 번 마르지 않았다.
손현주는 물론이거니와, 엄지원 그리고 배성우 등 잔뼈 굵은 배우들과 신인 감독의 만남은 자칫 신인 감독에게 주눅이 들 수도 있었던 일. 배우들이 신인 감독에게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할지도 모를 노릇이고 배우들에게 디렉팅 하나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봉주 감독은 손현주에게 유독 고마워했다.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배려해주셨죠"라며 웃어보였다. 물론 엄지원, 배성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이지만 김봉주 감독을 든든하게 해준 건 '대선배' 손현주의 든든한 지원이었다.
"손현주 선배는 우리가 미처 못 썼던 부분을 챙겨주셨어요. 일정도 빡빡하고 우리가 못 챙겨주신 분들을 대신 챙겨주시는 등 파이팅이 넘쳤죠.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제가 신인 감독인데 제가 눈치 안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주셨어요. 하고 싶은걸 하게 내버려두셨죠. 정말 감사해요."
그런 손현주에게 김봉주 감독은 가차없는 액션을 주문했다. '한국형 리암 니슨'이라는 평이 나왔을 정도니 말이다. 사실 '더 폰'에서 손현주는 리암 니슨처럼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진 않았다. 실생활에 있을 법한 '아저씨 액션'이었지만 현실 밀착형 액션이다보니 손현주의 고군분투가 더 와닿았던 것도 사실이다.
"손현주 선배한테 액션은 진짜 가야할 것 같다고 말을 했어요. 사실 액션영화로 비춰지는게 우려는 됐죠. 저는 액션을 촬영할 때 배우의 표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계속 샷을 갔죠. 순간의 표정이 나오고, 뛰고 달리고. 그런 걸 밤새 반복했어요. 현장에 마사지 하는 분들도 나오셨을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나홍진 감독님 밑에서 조연출 생활을 해서 그런지 배우들이 직접 부딪혔을떄 주는 힘이 있다고 믿었어요. '더 폰'이 화려한 구성은 아닐거에요. 배우가 어떤 표정으로 뛰었냐가 중요하죠."
엄지원의 투혼 역시 '더 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 특히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빗 속에서 맨발 투혼을 펼친 엄지원의 모습을 주로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봉주 감독은 엄지원에 대해 "욕심 많은 배우"라고 표현했다. 힘들 법도 한데 만족할 때까지 테이크를 갔다며 엄지원에 대한 칭찬 역시 끊임이 없었다.
"엄지원 선배는 욕심이 되게 많으세요. 진짜 독하신 분이에요. 4월 달에 비를 맞으면 남자도 춥거든요. 빗 속에서 오들오들 떠시더라고요. 그런데도 계속 하시던데요. 정말 집요하세요. 본인이 모니터 보고 만족할때까지 하셨어요. 정말 대단해요." / trio88@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