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다' 주원 "잘 되는 영화? 어떤 기분일까요"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1.04 08: 05

배우 주원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또래의 배우들보다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 이를 소화해내는 그는 단연 20대 '연기파' 배우의 대표주자다. 흡인력 높은 주원의 연기는 이미 수많은 드라마에서 그 가치가 입증됐다. 누구도 성공을 예상치 못했던 드라마들이 주원의 활약으로 시청률 1위를 거머쥐며 흥행작의 반열에 오른 것. 드라마계에서 이미 그는 흥행보증수표로 통한다. 가장 최근 SBS '용팔이'부터 KBS 2TV '굿 닥터', '각시탈' 등의 작품이 그 예다.
하지만 흥행보증수표 주원도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가 있었으니, 영화다. 주원은 '특수본',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 '캐치미', '패션왕' 등 매해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로 스크린에 문을 두드렸으나 흥행 결과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 주원이 주인공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한 영화 '그놈이다'는 개봉 이래 6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개봉 전 인터뷰에서 "영화가 잘 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던 그는, 이제는 '그놈이다'의 장기흥행을 기원하며 마음 편히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배우로서 주원의 태도에서 늘 돋보이는 것은 성실함이다. 팬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찍으며 도전, 또 도전하는 배우의 열정에 혹 건강이라도 해칠까 우려를 드러낼 정도. 30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주원은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할 것"이라며 역시나 모범생 배우의 면모를 보였다. 내년에 군대를 가게 될 것이지만, 군대에 다녀와 자신의 입지가 바뀐다 해도 다시 차근차근 열심히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장기적인 계획까지 말했다. 누가 그의 성실함을 말릴 수 있으랴. 이런 성실함이 언젠가 주원을 스크린의 흥행보증수표로 만들 것이라 믿는다. 이하 주원과의 일문일답.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잘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못 보겠더라. 욕심이 났고, 어제 유난히 많이 떨리더라. 영화를 처음 보는데, 내 장면만 봤다. (시사회 때 나는) 배급관에서 봤는데 거기 분들이 놀랄 때 나는 한 군데에서도 안 놀랐다. 그런 걸 보니 너무 내 것만 본 것 같다.(웃음)
외모가 오늘과 많이 다르다. 극 중에서는 몸집도 크고, 살이 쪘더라.
-그 때랑 지금이랑 5kg이 차이난다. 그 때 당시 8kg을 찌웠었다. 먹기도 많이 먹고, 사실 원래는 살을 빼고 있었다. 빼는 과정이었는데, 빼고 나니 뭔가 캐릭터랑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찌우는 게 낫겠다고 했다. 먹는 양과 운동 양을 배로 늘렸다.
영화 속 캐릭터가 지금까지 맡은 배역과 많이 다르다. 어떤 준비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런 역할을 너무 하고 싶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20대 때 한 역할과는 다른 것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놈이다' 대본을 받고 좋아했다. 이 영화는 저예산이다. 그래도 아무 것도 상관이 없었다. 이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연기도 그렇지만, 제일 힘든 건 사투리였다. 사투리를 3달 간 붙잡았는데, 한 달 지났을 때 감독님과 리딩을 했는데, '서울말로 갈까?'라고 물으시더라. 외국어 수준으로 어렵구나, 싶었다. 그래도 내가 엄청 고집을 피웠다. '이 역할이 서울말을 쓰지 않으면 아닌 거 같다 사투리 써야할 거 같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다. 진짜 24시간, 365일을 사투리만 잡았다. 그랬더니 부산분인 감독님이나 경상남도 출신인 배우분들이 '괜찮다'고 '전혀 모르겠다'고 해주셨다.
장우 역이 자신에게 필요한 역할이라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무살 때 뮤지컬로 시작을 하면서 내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그 때는 역할이나 이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공연을 했다. 방송이나 영화에서도 내가 원하는 걸 했지만, 크게 신경 안 쓰고 했다. 20대 때 내가 표현하는 게 있다. 30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내 스스로 연기적인 부분에서 익숙해진 캐릭터가 있다면, 30대가 넘어서는 배우들의 모습이 나오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소년, 청년의 이미지를 빼고 싶은 게 많다. '그놈이다'를 선택한 기준으로 '용팔이'를 선택했다. 
30대의 주원을 미리 준비한 것인가?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게 하고 싶다. 선배님들도 많은 색깔을 가진 분들이 계시지만, (색깔이 있는) 그런 게 멋있다. 유머스러운 분도 있고, 여유있는 분도 있다. 어떤 분은 섹시하고 상남자다. 30대 때는 그런 모습이 나와야 할 것 같다. 그런 게 정말 필요할 거 같다. 그래서 내 생활에서부터, 나의 생각에서부터 많이 변하기 시작했다. 색깔적인 부분 뿐 아니라 앞으로의 배우의 길을 위해서도 언제까지 소년 이미지로 갈 수 없는 거니까.
같은 연배 배우들에 비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자부심이 있을 거다.
-그 자부심은 있다. 생각해보면 정말 똑같은 캐릭터가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처음에는 지금보다 더 내가 남자답고 이런 것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해 봤자 억지다'라는 생각이 많았다. 연기를 하는 거지만. 선배님들의 연기에서도 경험과 연륜에서 자신만의 모습이 나온다. 나는 그 모습을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이 섰고, 연기를 해도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게 필요하고 꺼내야 할 것 같다.분명히 있을 거다. 그걸 꺼내고 내 스스로도 변화를 많이 줄 필요가 있다.
'그놈이다' 속 상남자 캐릭터는 마음에 드나?
-'그놈이다'가 좋았던 것은 장우는 원래 상남자 스타일이 아니다. 동생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다. 동생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하는 아이일 뿐, 원래 그런 애는 아니다. 강한 사람은 아니다. 원래 약하지만, 동생을 위해서 그런 거고, 그런 모습이 나에게 있으니 관객들이 더 응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게 맞아 떨어졌다. 내가 확 변할 필요도 없고, 약간의 모습을 추가하면 되는 그런 게 있었다.
년차가 쌓이면서 질풍노도를 겪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힐링캠프'를 보니 고민을 많이 하는 거 같다.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다. 하루하루, 고민이 쌓여간다. 왜 이렇게 혼자 있으면 고민이 많아 지는지...고민을 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것도 다, 누구나 겪고 지나가는 거다. 나도 지나가겠구나. 하지만 고민이 계속되고, 정답이 없는 걸 알지만, 누구나 확신과 정답을 알고 싶어한다. 이게 맞는건가? 사실 어제 타로를 이걸로 봤다. 힘을 받기 위해 물어봤다. 나의 믿음대로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힘이 됐다. 흔들려봤자 좋을 것도 없고, 내가 생각한데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로 상담가가 영화가 흥행한다고 하던가?
-호불호가 있을 거라고 하더라. 나도 그 생각은 했다. 그런 얘기는 했는데, 정말 생각 해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래도 그림하고 매치가 된다. 말이 맞아떨어지니까 신기하다.
사실, 그간 영화로는 크게 흥행을 하지 못했다. 이번 작품으로 흥행에 대한 욕심도 많이 날 것 같다.
-욕심 난다. 영화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 드라마는 잘 되는데, 영화에서는 영화에서 잘 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그놈이다'는 내가, 욕심을 많이 냈던 거 같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전 영화들도 마찬가지였다. 알 수 없다. 모르겠다. '패션왕'도 웃겼던게, 그 때는 모르겠는데 개봉 전에 기자님들도 보기 전에 평점을 엄청난 평점을 주셨다. '이게 먹히나보다' 그랬다. 거기에 웹툰은 잘됐다. 우리가 오글거리는 걸 참으며 열심히 찍었는데, 블라인드 시사가 평점이 높았다.(웃음) 잘 되진 않았지만 나름 핑계가 있다면 '인터스텔라'와 동시 개봉했다. 그런 걸로 위안을 삼았다.
'그놈이다'는 주원의 작품 중 유일하게 로맨스가 없는 작품이다. 아쉽진 않았나?
-안 아쉬웠다. 너무 좋았다. 영화 중에는 오히려 로맨스처럼 보일까 뺀 것도 있었다.
이제 30대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 군입대에 대한 준비를 하지않을 수 없겠다. 언제로 계획하고 있나?
-어렸을 때는 가는 날이 올까? 싶기도 했다. 시점이 다가 오는데, 누구는 가기 전 급하게 작품을 한다지만, 난 원래 많이 했다. 하던대로 할 것이다. 신경은 쓰인다. 고민이 많으니까 이것저것 생각을 한다. 누구나 가는 것이다. 내가 가서 잊는 사람도 있고, 기억해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솔직히 자신있다. 엄청난 자신감이 아니라 그냥 다시 잘해낼 자신이 있다. 다시 처음부터 한다해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그 상황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아무도 나를 몰라줘도 다시 할 수 있을 거 같다. /eujen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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