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은 애초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의 두번째 만남이 성사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윤석과 강동원은 6년 전 영화 '전우치'(최동훈 감독)에서 주인공 전우치와 화담 역으로 한 차례 흥행을 이끌었었던 콤비. 당시 김윤석은 충무로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강동원은 티켓 파워와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는 대세 배우로 안정권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들은 '아바타'라는 강적을 만났음에도 불구, 좋은 시너지를 내며 선전했다.
그리고 6년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어깨에는 각자 엄청난 무게의 필모그래피가 쌓여있다.
그간 강동원은 '의형제', '초능력자' 등의 영화에서 '브로맨스'를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군대를 다녀왔고, 제대 후에 다시 '군도: 민란의 시대',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의 기대작에 부지런히 출연하며 오래 기다렸던 관객들을 만족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김윤석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보냈다. '황해'부터 시작해 '완득이', '도둑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해무', '타짜-신의 손', '쎄시봉'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양한 족적을 남겼다. 그 중에는 '도둑들' 같은 천만 영화도 있었고, '황해' 같은 문제작도 있었다. '완득이'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는 20대와 10대의 젊은 배우들과 환상의 호흡을 보이기도 했다.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를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적절히 감싸고 조절하는 중년 배우의 노련미가 장점으로 발휘됐다.
각자의 카리스마를 차근차근 쌓은 후 재회한 두 사람은 두 번째 만남에서도 인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번에는 적이 아닌, 함께 구마(exocism)를 행하는 사제 선후배가 됐는데, 각자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훌륭한 콤비-플레이를 보여줬다. 특히 티격태격하며 웃음이 나와야 할 곳에서는 유쾌하게, 사건을 끌고가야 할 때는 묵직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두 배우의 연기가 소재의 낯섦을 상쇄시켰다는 평. 이는 강동원이 여러 인터뷰에서 '검은 사제들'에 대해 "상업적인 영화"라며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이유다.
사실 강동원과 김윤석은 외모부터 배우로서의 장점이나 이미지 등이 판이하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다름이 두 사람을 참 잘 어울리는 콤비로 묶어준다. '검은 사제들'에서도 그랬다.
이 영화는 악마에 사로잡힌 한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한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윤석은 모두의 반대와 의심 속에서도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박소담 분)를 구하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준비하는 김신부 역을 맡았다. 그리고 강동원은 김신부를 돕는 문제아 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았다. 그는 김신부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고 그에 임한다. 김신부는 돌출 행동이 잦은 신학계의 이단아고, 최부제는 좌충우돌,젊은 혈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두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불꽃 같은 '케미스트리'가 영화를 보는 즐거움으로 작용한다.
두 배우가 오컬트라는 흔치 않은 장르에서 재회했다는 것도 재밌는 점 중 하나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에서는 메이저 상업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오컬트 영화다. 오컬트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다룬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함께한 첫 작품은 무려 '한국형 히어로 무비'를 표방한 판타지 모험극이었다. 흥행여부와는 상관없이 두 영화 모두, 한국 영화사에 독특한 방점을 하나씩 찍은 상업영화라는 것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거기에 김윤석과 강동원이 모두 두 영화를 택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두 사람 다 새로운 것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배우들임을 방증한다.
흔히 '모든 것은 삼세판'이라고 한다. 영화가 개봉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세 번째 영화를 언급하는 게 우스워보일 수 있으나, 그만큼 '검은 사제들'에서 재회한 김윤석과 강동원의 좋은 어울림은 칭찬을 해줄만했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세번째 콤비 영화를 찍어 두 사람의 '3부작'을 완성해 보면 어떨까? 단, 이번에도 특별한 영화로. /eujenej@osen.co.kr
[사진] '검은 사제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