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 보면 아무래도 독특한 매력에 특출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에게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다. 사실 배우 김명민의 연기가 두 눈을 사로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베토벤 바이러스' '하얀 거탑'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 봤을 때부터 카리스마가 차고 넘쳤다.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다양한 표정과 울림이 있는 발성, 정확한 발음 등 모든 게 탄탄하고 안정적이어서 굳이 새로울 게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사극에 가장 최적화 된 배우가 아닐까싶다. 최근 일련의 작품을 보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이다.
현재 방송중인 SBS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비롯해 '불멸의 이순신', 최근 개봉했던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보면 왠지 편안하다. 어느새 그의 연기에 푹 빠져들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은근하게 코믹하면서도 깊은 매력이 묻어있다. 그중에서도 '육룡이 나르샤'는 작정하고 빠져들게 만든 역대급 드라마다.
김명민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조선의 정치적 건국자 정도전 역을 맡아 연기력을 대방출하고 있다. 정도전은 사대부 앞에서 몸소 행동하고 자신의 뜻을 연설함으로써 고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이성계(천호진 분)의 책사로서 조선을 건국하는데 1등 공신이 되며, 제자인 이방원(유아인 분)과 대립하게 된다. 스승이자, 최후의 정적이 되는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이하 육룡이) 10회는 변방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안변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방원(유아인 분)이 날인 위조를 감행했지만 이 사실을 안 정도전(김명민 분)이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 담겼다. 방원의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 역시 아들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정도전은 안변책을 위조한 방원에게 화를 내며 "네가 네 아버지의 결심과 결의도 빼앗았다. 아비와 나, 고려를 능멸한 자가 시정잡배와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난세를 타는 자들이 난세를 더 악화시킨다. 이 방, 이 곳에 너의 자리는 없다. 나는 난세를 타기 위함이 아니라 난세와 싸우기 위함"이라며 방원을 동굴에서 쫓아냈다. 정도전은 과거 고초를 겪느라 돌보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동굴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대의를 지키고자 결심했다.
정도전에게 쫓겨난 이방원은 정신적 충격에 휩싸였지만 이내 스승의 말을 되새기며 "멋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반면 땅새(변요한 분)는 정도전의 뜻에 따라 고려의 최고권력자 백윤(김하균 분)을 죽였음에도 백성들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음에 크게 실망했다. 모든 대업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방원의 말에도 "정치하는 것들 생각은 다 그 따위다"라며 실망했다.
김명민의 연기는 어느새 믿고보는 자리에 올랐지만 그와 호흡을 맞추는 유아인, 변요한도 심상치 않다. 세 사람이 던지고 받는 대사가 숨이 가쁠정도로 완벽하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력에 대한 결과가 아닐까. 이제 어떤 드라마든 김명민이 출연한다면 확신이 든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팩트+픽션) 사극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