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불타는 청춘', 촌스럽지 않게 추억을 자극하는 법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11.04 06: 55

교복을 차려입은 중년 스타들의 모습은, 중장년층이 한동안 잊고 살다가 가슴 속에 켜켜이 묻어둔 옛 추억을 꺼내보게 만들었다. 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후반 대학생이었던 이른바 386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촌스럽지 않은 감동을 안긴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은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난 중년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시작부터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을 건드렸다.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김국진과 강수지의 모습을 통해 순수했던 그 시절의 첫사랑을 회상시키고,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강수지는 이날 "20년 동안 오빠랑 손 한 번 안 잡아봤다"며 오목 내기에서 자신이 이기면 손을 잡고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최근의 놀이 문화와 맞지 않게 순박한 모습이었다.

결국 강수지가 이겨 둘은 손을 잡고 산책에 나가게 됐는데, 여자보다 남자인 김국진이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가 "나중에 가자"고 했지만, 강수지는 "아까 내기를 걸 때 단서를 달았어야했다. 산책을 나갈 때마다 손을 잡는 걸로 해야한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내 두 사람은 두 손을 맞잡고 집 마당을 돌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김국진은 이후 제작진에 "일부러 져 준 것을 알아야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두 사람이 손잡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이를 불문하고 중년의 데이트도 얼마든지 풋풋하고 설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윽고 밤이 되자 중년 친구들은 그 시대의 상징인 교복으로 갈아입고, 무대 앞에 둘러앉아 장기자랑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김동규는 가곡 '무정한 마음'(Core 'ngrato)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고 이어 김완선, 기타리스트 김도균과 오케스트라를 뛰어넘는 고품격 '청춘 밴드'를 구성해 시선을 붙잡았다. 35년 만에 떠난 수학여행을 통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을 얹은 셈이다.
몸에 달라 붙는 옷 대신 헐렁한 바지에 재킷, 셔츠 안에 입은 목 폴라까지, 8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템들이 인상적이었다. 복고 코드는 각박한 현재의 삶을 잊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386세대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과거를 아름답게 바라보면서 치유받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에 복고에 기대게 되는 것인데, '불타는 청춘'의 중년들이 동 시대를 산 친구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2030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감동을 자아냈다. 의외로 순수하고 로맨틱한 '불타는' 중년들의 여행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사진]'불타는 청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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