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연기자 비가 내년 초 안방극장 복귀를 논의 중이다. 거론되고 있는 작품은 SBS 편성이 유력한 ‘안녕 내 소중한 사람’이다. 만약 출연을 확정 짓는다면 2013년 방송된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이후 약 3년여 만에 드라마 복귀를 하게 되는 셈이다.
아사다 지로의 ‘츠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휴먼 판타지 코믹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비가 출연을 제의 받은 역할은 백화점 여성복 코너 과장으로 일하다가 과로사로 죽은 후 엘리트 꽃미남 점장으로 변신하는 이해준으로, 사망 전후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되는 인물이다.
원작자 아사다 지로가 일본 문단에서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각색 작업에서 얼마나 한국적으로 잘 풀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 특히나 이런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코믹 드라마가 최근까지 빈번했다는 점에서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감안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우려가 되는 건 역시나 남자 주인공으로 거론되고 있는 비의 역량이다. 2002년 가수로 데뷔한 비는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를 통해 연기자로 성공적인 첫 발을 디뎠다. 그리고 다음 해 ‘풀하우스’ 역시 성공시키며 중국에서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두 작품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 비는 이후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저조한 성적은 ‘이 죽일 놈의 시청률’이라는 말까지 낳았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알투비’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추노’를 잇는 명드라마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곽정환 PD와 손을 잡았던 ‘도망자 플랜비’ 역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첫 방송에서 20%가 넘는 시청률을 달성했던 것과는 달리 마지막 방송은 12.7%를 기록, 제목대로 시청자들이 도망을 쳤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비의 SBS 첫 드라마인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맞이했다.
이쯤 되니 비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비의 책임으로 몰 수는 없다. 하지만 비의 비호감 이미지와 한결 같은 연기 스타일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는 건 그만큼 비가 연기자로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현재 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김태희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김태희와의 공개 연애가 워낙 대중들에게 크게 각인 되어 있기 때문에 멜로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극복하는 길은 첫째도 연기, 둘째도 연기인데, 지금까지의 비를 놓고 본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비는 최근 중국에서 드라마 ‘캐럿 연인’을 통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 인기가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에서만 한정된 것일지, 심판대에 오를 비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한편, SBS 측은 4일 OSEN에 ‘안녕 내 소중한 사람’ 편성과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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