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은 사제복을 입고, 김윤석은 러닝셔츠를 입는다. 믿음과 의심 그 경계에 놓인 채 사제복을 입은 남자와 오로지 한 길 만을 걷는, 그래서 외로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가 극장을 찾아온다.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검은 사제들'이 5일, 관객들을 만난다.
'검은 사제들'은 그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카톨릭 사제들의 엑소시즘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 악령에 씌인 소녀와 퇴마 의식을 하는 사제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신선함을 느낄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검은 사제들'이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는 부분은 강동원과 김윤석의 두 번째 만남이라는 점. 영화 '전우치'에서 적으로 만난 바 있는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선 같은 듯 다른 김신부, 최부제의 캐릭터를 표현해내며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먼저 퇴마 의식을 돕게 된 최부제 역은 강동원이 열연했다. 최부제는 신학대학생이면서 음주, 월담, 컨닝 등을 일삼는 반항아적인 인물. 무엇보다 김신부(김윤석 분)를 도와 퇴마 의식에 참여하지만 의심을 멈추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의 절반 이상을 사제복을 입고 등장하는 강동원은 사제복만으로도 여성들의 '제복 판타지'를 자극한다. 깎아놓은 듯한 조각 외모에 검은 사제복이라니. 개봉 전부터 이어졌던 '검은 사제들'에 대한 여성 영화 팬들의 뜨거운 반응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판타지도 판타지이지만 무엇보다 강동원의 사제복은 반항아적인 면모에서 점차 사제로 거듭나는 최부제의 캐릭터 변화를 보여주며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강동원과 함께 하는 김윤석 역시 사제복을 입는다. 퇴마 의식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김신부 역을 맡았으니 김윤석의 사제복은 당연한 일. 그러나 사제복 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김윤석의 러닝셔츠다.
극 중 김신부가 러닝셔츠를 입은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두컴컴한 숙소에서 러닝셔츠를 입고 있는 김신부의 모습이 전부일 것. 그런데도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한건 김신부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단에선 그를 이단아라 부르며 멀리하지만 오직 퇴마 의식을 위해 달려가는 김신부의 외로움을 김윤석은 러닝셔츠로, 러닝셔츠를 입고 있는 그 등으로 표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김윤석은 영화 전반에 걸쳐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극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냈다.
한편 '검은 사제들'은 5일 개봉한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