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의 한이 폭발했다. 까치독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숨겨야 했던 변요한의 고독한 외침과 눈물은 김명민, 유아인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속 땅새(변요한 분)와 분이(신세경 분)는 썩어 빠진 고려 안에서 짓밟힌 민초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여동생 분이보다 더 여려 보였던 땅새는 자신들을 핍박한 권력가들에게 제대로된 복수 한 번 하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했고, 결국 정도전(김명민 분)의 뜻을 받들어 이 나라를 없애버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땅새는 그 누구보다 강한 검술을 지닌 남자가 됐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땅새는 절망했다. 분이가 살던 마을 사람들이 몰살 당했음을 알았기 때문. 비록 뒤에서였지만 애틋하게 동생을 바라보며 지켜주려 하던 오빠 땅새는 크게 분노했다. 그간 정도전을 찾아 헤매던 땅새는 결국 그를 만나 울분을 토해냈다.
지난 3일 방송된 10회에서는 1회의 포문을 열었던 정도전, 이방원(유아인 분), 땅새의 삼자대면이 재등장했다. 이방원과 땅새는 각기 다른 이유로 정도전을 찾았다. 이방원은 정도전을 “스승님”이라 불렀고, 반대로 땅새는 “당신에게 인생 사기 당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땅새는 이방원이 “고려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며 황무지 개간을 했다는 이유로 몰살 당한 마을 사람들에 대해 “견뎌야 할 과정” “모든 대업엔 희생이 따른다”고 말하자 더욱 분개했다. 숲 안에서 밟혀나가는 들풀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을 향한 그의 일갈은 강렬했다. 그는 “잘 되고 있다”는 이방원의 말을 꼬집고는 “그 과정에서 죽는 백성이 몇이어야 하냐. 얼마나 더 죽어야 이 고려가 끝난다는 거냐”고 소리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는 정도전에게 인생 전부를 걸었던 자신을 책망했다.
매회 놀라운 연기력과 활약을 보여줬던 변요한은 백성의 한을 토해낸 분노와 눈물로 또 한번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제대로된 강약 조절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강렬한 눈빛은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또 돌아가는 길 변요한이 부른 노래는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이 노래는 지난 2회 방송에서 정도전이 도탄에 빠진 백성과 함께 울부짖듯이 불렀던 노래 ‘무이이야’ (無以異也)로, 변요한은 김명민과는 또 다른 구슬프고 서글픈 음색으로 눈물짓게 만들었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액션이면 액션, 정말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여기에 오감을 만족시키는 눈빛까지 장착, 보면 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무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변요한은 앞으로 땅새와 함께 또 얼마나 큰 성장을 이뤄낼까. 다시 만나게 될거라 호언했던 정도전과 만나면 죽이겠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던 땅새의 재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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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