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퀴’가 7년간의 여정을 끝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긴 시간 동안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며 주말 또는 평일 예능을 책임졌지만, 결국 화제성 부족과 시청률 부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 하지만 ‘세바퀴’가 없어지며 남긴 것이 비단 이름 뿐만은 아니다.
‘세바퀴’가 지난 2008년 5월 MBC '일밤' 속 한 코너로 시작해, 2009년 토요일 밤으로 독립 편성된 후 한창 전성기를 누릴 당시에는 ‘스타 등용문’이라 불리며 수많은 예능인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예능인뿐만 아니라 신인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들 역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세바퀴’만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렇다면 ‘세바퀴’가 낳은 대표적인 스타들에는 누가 있을까.
# 전무후무 ‘깝권’ 캐릭터, 조권
‘세바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아이돌로는 조권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지금은 예능보다 본업인 가수 활동에 충실한 조권이지만, 데뷔 초반에는 2AM이라는 그룹을 알리기 위해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활약을 펼쳤다. 특히 ‘세바퀴’에 출연한 조권은 엄청난 에너지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생기발랄한 매력으로 ‘깝권’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본인의 캐릭터를 확고히 했다.
조권 본인 역시 최근 ‘세바퀴’에 다시 출연해 “2AM 제가 다 먹여 살렸다. 예능도 하고 깝권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발라드 그룹이라는 특성상 가수 활동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진면목이 ‘세바퀴’에서는 여실히 드러났다.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MC들이 요구하는 이상을 보여줬던 ‘깝권’ 조권에 누가 대적할 수 있을까.
# 과감한 성형 고백의 시초, 광희
연예인이라면 모두가 탐내는 ‘무한도전’의 막내로 활약하고 있는 광희. 여기에는 ‘세바퀴’에서 거침없이 성형 사실을 고백하며 흔한 아이돌 이미지를 탈피하려 했던 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성형은 연애와 함께 아이돌이 얘기하기 꺼려하는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희는 함께 출연했던 동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먼저 성형 사실을 밝히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이에 대해 광희는 훗날 한 방송을 통해 “(성형에 대해) 얘기 하지 말아야지 생각은 있었는데 녹화를 하다가보니까 이대론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어차피 회사에서 절 연기자로 쓸 것 같지도 않아서 다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의 생각대로 성형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두지 않았다면, 지금의 광희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 거침없는 사투리 소녀, 리지
남자 아이돌에 조권과 광희가 있다면, 여자 아이돌 중 이와 비슷한 캐릭터로는 리지가 있다. 리지는 새침데기 같은 외모와는 달리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또한 MC들의 짓궂은 요구에도 당황하지 않고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며 여타 걸그룹과는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오렌지캬라멜로 유닛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세바퀴’에서 기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애프터스쿨에 늦게 합류한 멤버인 만큼, 그룹보다는 개인으로서의 인지도를 알리는 것이 시급했는데 ‘세바퀴’를 통해 가식 없으면서도 영리한 방식으로 매력을 발산한 것.
# ‘뇌순녀’는 이때부터, 솔비
최근 ‘무한도전’의 바보전쟁 특집을 통해 뇌가 순수한 매력을 발사하며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솔비. 하지만 그가 ‘뇌순녀’의 면모를 뽐낸 것은 ‘세바퀴’가 먼저였다. 늘 솔직하면서도 어딘가 엉뚱했던 그의 입담은 MC들의 주요 타깃이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연애와 같은 특종을 캐내려는 MC들의 시선과 질문이 솔비에게 향하자 시청자들 역시 그에게 집중하는 것은 당연지사. 또한 이처럼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다가도 신곡을 불러달라는 말에는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뛰어난 가창력을 공개한 것도 그만의 반전 매력.
# 패셔니스타 이전엔 ‘여자 노홍철’, 김나영
김나영 역시 지금은 예능보다 패션 프로그램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는 엄연한 패셔니스타지만, 과거 ‘세바퀴’에서는 일명 ‘여자 노홍철’로 통했었다. 그는 거침없는 입담과 온 몸을 내던진 저질 댄스로 타고난 예능인인 듯 그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던 인물.
패셔니스타로 입지를 굳히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된 후로는 망가짐을 자제하는 듯한 김나영의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가끔이나마 예능에 출연해 참았던 끼와 입담을 마음껏 펼쳐주길.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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