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발라드의 황제가 아니다. 가수 신승훈의 음악에는 특별함이 있다. 정중하고 우아하기도 하면서 또 마음을 깊게 울리는 힘이다. 가사만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고, 자극제가 아닌 '힐링' 작용으로 음악 팬들의 마음을 달랜다.
신승훈은 지난달 9년 만에 정규11집 파트1 '아이엠(I am...)'을 발표했다. 13년 만에 자작곡 타이틀 '이게 나예요'를 내세운 신승훈은 이번에도 그 특유의 아련함과 정중함으로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을 전했다. 아릿하게 마음을 자극하고 애절하게 울렸다.
신승훈의 발라드가 갖는 가장 큰 힘은 공감을 이끌어내면서도 슬픔의 깊이가 적당히 조절된다는 점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탄탄한 가사를 푸는 방식이 솔직하지만 또 단순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25년, 발라드의 황제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도 이런 부분에서 온다.
'이게 나예요'의 경우 절규가 아닌 절제된 슬픔, 팬들의 가장 좋아하는 애절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 곡이다. 잔잔하게 애잔하고, 신승훈 특유의 담백한 목소리로 넘치는 슬픔이 아닌 듣기에 딱 좋을 일상 속 그리움을 담아냈다. 아이돌 음악의 자극적이고 의미 없는 후크가 없어서 좋은 음악이다. 이별과 사랑의 감성을 솔직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는 신승훈 음악의 정중함이 더 깊게 마음을 울리는 곡이다.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아이돌 중심의 시끌벅적한 음악이 아닌, 존댓말로 이별을 대하는 신승훈의 방식이 더 깊고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부터 '보이지 않는 사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등 많은 명곡이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했다.
시대를 이끄는 발라드의 대표 주자, 발라드의 황제로서 신승훈이 갖는 힘. 발라드라는 장르 안에서 '신승훈표'라는 또 다른 장르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그의 음악이 갖는 가장 큰 저력이다.
데뷔 25주년을 맞은 가수지만 여전히 '황제'로 자리하며 탄탄하고 활발하게 음악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신승훈. 그의 또 다른 25년이 더 기대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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