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이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이게 아닐 수도 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큰 인기만큼이나 로맨틱 코미디는 당연히 행복한 결말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혹시 슬프고 황당하게 마무리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생긴 폭발적인 예상 못한 분위기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결말까지 단 2회만 남았다. 보통 로맨틱 코미디가 남녀 주인공이 달달한 연애 혹은 완성형 결혼을 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 까닭에 결말에 대한 관심이나 혹시 눈물 쏙 빼는 결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없는 장르. 허나 ‘그녀는 예뻤다’는 남녀 주인공인 지성준(박서준 분)과 김혜진(황정음 분)이 비교적 빨리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는 점,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기까지 큰 걸림돌이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결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 드라마는 꼬이고 꼬인 갈등 관계, ‘못돼처먹은’ 악역의 활약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기본적인 구조를 따라가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선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성준과 혜진 사이를 본의 아니게 방해했던 민하리(고준희 분) 역시 큰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갈등도 빨리 해결이 됐다. 드라마가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 복잡한 갈등을 원하지 않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컸고, 제작진 역시 답답한 전개를 이어가지 않으며 시청자들의 원하는 이야기로 무장했다.
다만 마지막 회를 향해 달려갈수록 튀어나올 수 있는 비극 결말에 대한 추측이 거세다. 드라마가 인기가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마치 ‘그녀는 예뻤다’라는 드라마가 시청자들 스스로 작가가 돼서 결말을 예상해보는 놀이에 빠진 재밌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성준이 잡지사 모스트를 점유율 1위로 만들기 위해 과로를 할 때 피곤해하자 남자 주인공이 죽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제작진이 초반부터 깔아놓은 반전의 밑밥인 잡지사 사주 아들과 모스트를 구원해줄 인기 소설가 텐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도 끊임 없이 제기됐다.
지난 4일 방송된 14회에서 텐은 김신혁(최시원 분)이었고, 사주의 아들은 김풍호(안세하 분)로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이 추측하던 결말의 한 조각도 맞춰졌다. 다만 신혁이 소설가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모두 소설이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으로 또 다시 번진 상태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이후 시청자들은 ‘16회 동안 한 이야기는 극중 인물이 적은 소설이었다’는 식의 판타지를 깨는 황당한 결말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시청자들의 환상을 자극하면서 가상과 현실을 오고가야 하는데 모두 꾸민 소설이었다는 결말은 그동안 몰입해서 재밌게 봤던 시청자들로서는 허무한 결말로 여겨진다.
‘그녀는 예뻤다’가 이처럼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비극적인 마무리에 대한 우려가 깊은 것은 재밌는 이야기를 만든 조성희 작가가 슬픈 결말의 대명사인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 출신이라는 점도 한 몫을 한다. 여기에 제목이 ‘그녀는 예쁘다’가 아니라 ‘그녀는 예뻤다’로 과거형이라는 점이 불길한 여론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사실 ‘그녀는 예뻤다’가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해 동시간대 1위에 올라서고 열풍으로 번지기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안방극장의 기대를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많은 시청자들이 결말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도 드라마에 푹 빠져 다음 이야기를 추측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열풍의 하나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