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신세경·문근영, 우리가 바라던 사이다 여주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1.05 13: 47

현재 SBS 평일 드라마를 책임 지고 있는 두 여배우 신세경과 문근영의 활약이 눈부시다. 할 말은 반드시 하고, 자신이 뜻하는 바에 대해서는 절대 망설이지 않는 당찬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남다른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것. 민폐 따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두 여배우에 시청자들은 목소리 높여 응원을 전하고 있다.
신세경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여섯 용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분이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분이는 어떤 핍박과 시련에도 꿋꿋이 다시 일어서는 백성이자, 여섯 용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열혈 민초를 대표하는 특별한 인물이다.
신세경은 첫 등장부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권문세족의 수탈로 비참한 삶을 살던 중 정도전(김명민 분)의 뜻에 따라 황무지를 개간하며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한 것. 이에 마을 사람들은 분이를 대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분이는 어떠한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 채 법 타령을 하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뺨을 때리고 일갈하며 민초들의 설움을 드러냈다.

또 “뭐라도 할거야. 살아 있으면 뭐라도 해야 되는 거니까”라며 의지를 불태워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동하게 만들었다. “7거점을 폐쇄하고 함주로 집결하여 이성계의 백성이 되라’는 정도전의 명을 받들어 함주로 가게 된 분이는 이성계(천호진 분) 앞에서 홍인방(전노민 분)의 가노들에게 개간한 황무지를 빼앗긴 사연을 전하며 “그깟 먹을 게 뭐라고 그걸 지키다가 그렇게 죽을 수 있냐”며 아픔을 토로했다. 지금껏 참아왔던 울분이 모두 담긴 분이의 호소는 시청자들까지 눈물 짓게 만들었다.
분이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도전이 준 목각 인형 때문에 이신적(이지훈 분)에게 첩자로 오인 받아 납치가 된 상황에서도 “저는 지금 여기서 수사를 당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시험당하는 것 같다”며 “당신 목에 나랑 같은 목각 인형이 걸려있다는데 목숨 한 번 걸어보겠다”라고 맞불을 놓는 기지를 발휘했다. 어떤 극악한 상황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총명함을 발휘하는 분이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사극에서는 보기 드문 여자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환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여배우로서의 미모를 포기한 채 오직 연기에만 집중하는 신세경의 연기 열정 역시 극찬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손꼽히고 있다. “분이는 다른 여자 캐릭터와는 다르다”고 말한 것처럼, 속 시원한 여자 캐릭터를 완성해 가고 있는 신세경이 앞으로 보여줄 활약에 더 큰 기대가 모인다.
이와는 달리 문근영이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에서 맡고 있는 한소윤이라는 캐릭터는 극 초반 다소 소극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누군가 나를 부른 것 같아”라는 말과 함께 마을에 입성을 하게 된 소윤은 암매장된 백골사체를 발견하게 됐고, 이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자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조용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괴기한 느낌이 드는 아치아라에서 소윤은 철저하게 배척당하는 이방인이었고, 사건을 따라가는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야만 했다. 이에 대해 문근영은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내 감정이 새면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힘을 빼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윤은 사건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극 전개상 평이하게 보이는 인물이어야 했던 것. 자신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 작품 전체를 빛내기 위한 문근영 남다른 노력과 애정이 ‘마을’의 완성도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었다.
그런 소윤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지난 8회 방송부터였다. 소윤은 30년 전 아치아라에 살던 신생아 입양 브로커 뱅이아지매를 찾고자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가 죽은 혜진(장희진 분)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태도를 180도 달리했다. 학교 학생들은 소윤을 보며 대놓고 “죽어도 싸다”, “나 같으면 창피해서 학교 못 다니겠다”, “진짜 더럽다”고 욕을 했다.
이에 소윤은 그 학생에게 “이 세상에 누구라도,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그렇게 죽어도 싼 사람은 없다. 간통녀든 그 동생이든 감히 너 따위에게 그 죽음을 판단할 권리는 없다”고 일갈했다. 싸늘한 눈빛과 말투에 소윤의 분노를 담아낸 문근영에 시청자들은 ‘사이다 여주’라며 열띤 반응을 보였다. 또 소윤은 교사직을 그만뒀으면 하는 교장에 “그럴 마음 전혀 없다”고 당당히 자신의 의사를 전했으며, 유나(안서현 분)을 만나지 말라는 지숙(신은경 분)에게도 “언니 가족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마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돕겠다고 하는 이사장 기현(온주완 분)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은 채 뱅이아지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세례를 맞으면서고 이 사건의 중요한 실마린 뱅이아지매를 찾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소윤은 마을 약사인 주희(장소연 분)과 거듭 대립한 결과 뱅이아지매를 만나게 됐다. 파헤칠수록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어 있는 이 마을 사람들에 맞서면서도 어떠한 두려움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오로지 진실을 알아내고자 하는 의지만 있을 뿐이었다.
여기에는 가족을 찾다가 외롭게 죽어간 언니 혜진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이 수반돼 있다. 지난 9회 방송에서 자신의 가족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문근영의 처연한 눈물 연기는 소윤이 얼마나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눈빛과 표정 만으로도 한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문근영의 묵직한 연기 내공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전망이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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