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유리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상업영화로는 '차형사' 이후 약 3년 만이다. 그것도 따뜻하게 돌아왔다. '차형사'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그렇게 웃음을 주더니 이번엔 까칠한 연예인이다. 까칠하지만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보살펴준 태영(김성균 분)에 대한 끈끈한 우정을 보일 만큼 속 정은 깊은 인물이다.
사실 그동안 스크린의 성유리는 유독 강했다. '차형사'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디자이너로 출연했고 독립영화 '누나'에서도 성유리는 평범하지 않았다. TV에선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혹은 비련의 여주인공 등 부드러운 성유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영화에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강했다. 때문에 이번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속 성유리의 모습이 반가울 따름.
성유리는 센 역할들에 눈길이 갔다며 그간의 작품 선택 이유를 전했다. "센 캐릭터에 마음이 가는 편이에요. 실제로 주변에도 센 성격의 언니들이 많고 그런 언니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라며 웃어보인 그는 때문에 영화도 자연스럽게 그런 역할들에만 눈길이 갔단다.
그러나 요즘은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단다. 박보영같은 '국민여동생'이나 수지 같은 '샤랄라'한 예쁜 캐릭터들을 맡아볼걸 그랬다며 "이젠 오글거릴 나이잖아요"라며 웃어보인 그였다. 그리고 "앞으론 좀 밝은 캐릭터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어요"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단, 사람 일은 어찌될지 모르니 성유리의 불꽃튀는 치정극을 만나볼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은 성유리와의 일문일답
-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 따뜻한 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영화에 대한 목마름도 있긴 했는데 내가 원래 스릴러 장르를 잘 못본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정서적으로 피폐함을 느꼈었는데 이번 영화는 읽으면서 시나리오의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운 좋게 할 수 있게 됐고 함께 해서 기뻤다.
- 원톱에 대한 목마름도 있을텐데.
▲ 솔직히 상업영화에서 원톱 주인공은 아직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부담이 덜한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를 했었다. 거기서는 일단 흥행 부담감이 좀 덜해서 마음껏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제작사분들한텐 죄송하지만(웃음). 이번 영화도 주인공들도 많고 그만큼 부담감도 N분의 1로 줄거라고 생각했는데 홍보할 때 되니까 부담감이 장난이 아닌 것 같다.
- 감독이 왜 성유리, 본인을 캐스팅한 것 같나.
▲ 여쭤보진 못했는데 감독님은 이 영화를 통해 나를 바꿔주고 싶으셨다고 하더라. 초반엔 서정이라는 인물이 생활감 있고 평범한 아이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했는데 감독님은 정말 화려하고 악역같은 인물을 생각하셨더라. 센 화장하고 섹시한 캐릭터라고 하셔서 초반엔 이해가 잘 안갔다. 감독님은 나에게 변화를 주고 싶고 배우 성유리의 변신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가장 잘 보여지는 장치가 세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후로는 강한 메이크업과 강한 옷들, 예를 들면 호피바지 등을 입고 다녔다.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웃음).
- 영화에서 막장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어땠나.
▲ 찍으면서도 재밌었다. 연기 수업을 하면서도 막장 연기 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응급실 장면에서도 얘는 곧 죽을것만같은 마음으로 했더니 훨씬 재밌게 나오더라. 희열이 있었다. 재밌었다.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진짜라고 생각하고 하는 맛이 있더라. 이런 맛에 하시는 구나 싶었다(웃음).
- 그간 강한 캐릭터를 줄곧 해왔다.
▲ 요즘은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 청순가련형이나 국민여동생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는데 하기가 싫었다. 핑클 때 늘 했고 내가 의외로 털털하고 여성스럽지 못한 애인데 그런거 하려니까 오글거리더라. 일부러 세고 강한 캐릭터를 하다보니까 연기력 논란도 생긴 것 같다. 잘 안맞는 옷이라 따라붙은 것 같고. 이제는 '샤랄라'하고 꽃 배경 있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은데 오글거리는 나이지 않나(웃음). 그 당시에 예쁘고 국민 여동생 같은 캐릭터를 한 번쯤은 해봤어도 좋을 것 같은데 후회도 들긴 한다.
-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
▲ 원래 세고 어두운 영화를 좋아했다. 깊고 보고 나면 '영화 한 편 봤다'는 이런 영화들을 좋아햇다. 그러다 나이가 먹다보니 일상에 지쳐있는데 그런 무겁고 힘들고 이런 영화들을 보기가 싫더라. 지금 이 시대에 나같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웃고 떠들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즐겁게 해주는 작품을 나도 원하고 대중도 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캐릭터가 강하고 사연 많고 그런 것보다는 지금 내 컨디션은 밝은 걸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사람 일이 어찌될지 모르니까 치정극 이런 것도 할 순 있겠지(웃음). / trio88@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