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나날이 흥미로워지는 전개와 반비례하게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장르물이라는 단점이자 장점으로 시청률 측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섬세한 연출과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보기 드문 웰메이드 추리 수작을 만들어냈다. 여타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스릴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마을’만의 매력에 빠져보자.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연출 이용석/ 극본 도현정, 이하 ‘마을’)는 평화로운 마을에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시체는 아치아라에서 절대 권력을 자랑하는 해원철강의 대표 서창권(정성모 분)의 불륜녀이자, 소윤(문근영 분)의 친언니로 추측되는 김혜진(장희진 분)이었고, 극의 전개는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마을 전체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죽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감추고자 했던 추악한 진실,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안타까운 가정사가 담겨있었다. ‘마을’은 매회 방송을 통해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놨고, 중심인물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며 초점을 맞춰 누가 범인인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에 따라 촬영장내에서 연기자와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이용석 감독을 향해 “감독님 범인이 누구예요?”라며 묻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고, 심지어 촬영도중 서로 추리력을 동원해 일대 토론을 벌이는 진풍경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제작진 내부에서조차 ‘대본유출금지’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보안유지에 신경 쓸 것을 부탁하는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알려졌다. 특히 지난 4일 방송에서 혜진과 뱅이아지매 정임(정애리 분)의 관계가 어렴풋이 드러나며 혜진을 둘러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직전의 상황이 그려져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모든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
그리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전개와 설정들을 이해하기 쉽게 연기력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마을’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영화 ‘장화, 홍련’에서도 뛰어난 스릴러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문근영은 이번에도 역시 다양한 표정 변화와 높은 흡인력을 자랑하는 어조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고 있다.
육성재 또한 어둠 속 유일한 빛과 같은 존재로 다소 음침한 극의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며 제 몫을 다 하고 있고, 장희진은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산 사람보다 더 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매회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 외에도 ‘마을’ 속 등장인물들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단 하나의 ‘연기 구멍’도 허락하지 않는 탄탄한 연기력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젠가부터 드라마 시청률이 성적표와 같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의미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에 참여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시청률은 인기를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인 셈이다. '마을'을 한 번이라도 본 시청자들 역시 낮은 시청률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들 입을 모아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 아깝다고 말하고 있는 수작, '마을' 속으로 떠나보길 바란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