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자신이 처음 프로듀서를 맡아 발표하게 된 '스물 셋' 앨범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스물 셋,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프로듀싱이라는 막대한 임무를 맡아 밤잠 설쳐가며 애지중지 만든 앨범이기 때문. 하지만 이 결과물이 아이유의 뮤지션 인생 최대 위기를 끌어왔다.
지난달 23일, 아이유는 팬미팅 '챗쇼'(CHAT-SHOW)'를 열고 동갑내기 팬들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규 못지않게 힘을 실은 미니 앨범이라며 수록곡 전부를 꼼꼼이 팬들에게 소개했다. 타이틀곡 '스물셋'부터 '푸르던', '새 신발', '무릎', '제제', '안경' 등을 마음껏 자랑했다.
그 중 '제제'를 두고 아이유는 "'제제'가 차트에서 2등할 줄 알았다. 타이틀곡 '스물셋'이 가장 성적이 좋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제제'의 순위가 생각보다 너무 낮아서 놀랐다. 이 곡도 타이틀곡 후보였는데"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 곡은 아이유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고 모티브를 따와 만들었다. 그는 "물론 원작을 다 읽었다. 그래서 이 곡을 정말 쉽게 만들었다. 신이 나서 가사를 썼다. 좋아하는 노래고 애정이 간다.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속내를 밝혔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5살 아이 제제와 그의 유일한 친구인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의 성장일기를 담는다. 작가의 유년시절을 담은 것으로 가정에서 학대받은 상처를 밍기뉴를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골자다. 국내에는 1978년에 들어와 스테디셀러로 손꼽히고 있다.
이를 아이유는 다른 관점으로 봤다. 그는 "제제는 순수하면서 어떤 부분에선 잔인하다.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고 그래서 굉장히 매력 있다. 어린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제제가 가진 성질이 참 섹시하다고 느꼈다. 내가 그 아이의 두 가지 모습에 막 휘둘려지는데 또 응원하고 사랑한다는 게. 참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비록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아이유는 소설 속 제제에게 묘한 이중적인 매력을 느낀 게 분명하다. 그래서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같은 가사를 완성했을 터.
여기까지는 해석의 자유로 볼 수 있다. 다만 성적 논란이 붙은 건 이후다. 앨범에 그려진 제제의 비주얼이 틀을 깨기 때문. 망사스타킹을 신고 하늘을 향해 다리를 들고 있는 포즈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소설 속 캐릭터지만 실제 작가가 투영된 5살 소년 제제의 모습인 이유에서다.
물론 이 그림을 아이유가 직접 그린 건 아니다. 전문가들과 거듭된 회의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가사 역시 아이유가 불순한 의도로 지었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일부 누리꾼들의 확대 해석이 이번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유 스스로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고 밝힌 만큼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숱하게 냈던 앨범과 달리 이번에는 결과물을 받을 때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했다는 그. 스물 셋 아이유에게 올 하반기는 유난히 춥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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