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박혁권이 제대로 전성기를 맞았다. 마치 점찍고 나온 ‘아내의 유혹’ 민소희처럼, 아이섀도 하나로 완전 다른 인물이 됐다. 덕분에 그는 영화 ‘은하해방전선’에서 얻은 오랜 별명 ‘혁권 더 그레이트’ 대신 ‘태미 언니’라고 불리며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박혁권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나르샤’(연출 신경수/극본 김영현, 박상연)에서 길태미와 길선미의 1인 2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길태미는 삼한 제일검이자 고려의 권력을 틀어쥔 도당 3인방 중 하나로, 이인겸의 오랜 심복으로 출중한 무술 실력을 가진 고수다. 하지만 수식어가 주는 강렬한 카리스마와는 달리 여성스러운 말투와 화려한 치장을 즐기는 성향으로 제대로 된 반전을 선사했다.
반면 그의 쌍둥이 형인 길선미는 숨겨진 고려 최고의 은거 고수로, 길태미와 달리 온후하고 남자다운 성품을 가진 인물이다. 길선미는 지난 4회 방송에서 첫 등장, 화려한 치장을 즐기는 길태미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묶어 내린 긴 머리와 어두운 단색 의상 등 수수한 차림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를 연기하는 박혁권 역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다소 방정맞은 길태미의 말투와는 달리 무게감 있고 진중함이 느껴지는 어조로 카리스마를 발산한 것.
이러한 그의 활약은 천호진, 김명민, 유아인 등의 거물급 배우들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궁극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방송 줄곧 많은 화제를 낳았다. 특히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짙은 파란색의 아이섀도와 치렁치렁한 장신구들을 한 그의 캡처 사진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패러디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간 박혁권은 ‘뿌리깊은 나무’, ‘아내의 자격’, ‘밀회’, ‘프로듀사’ 등의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들을 맡아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와 영화 모두를 종횡무진하며 연기 내공을 탄탄히 쌓아온 그는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극중 썩은 고려 말의 실세 이인겸(최종원 분)의 오랜 심복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으로 미움을 받아 마땅한 인물이지만, 그의 매력에 푹 빠진 시청자들은 길태미를 오래 보고 싶다며 그가 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길태미라는 캐릭터는 이전에 박혁권이 보여줬던 작품 속 캐릭터들의 여운을 지우고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어느 역할을 맡아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며 존재감을 발휘하는 그가 앞으로는 어떤 연기 변신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바이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라는 거악(巨惡)에 대항하여 고려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화끈한 성공스토리다. 매주 월, 화 오후 10시 방송.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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