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드라마 시청률? 아이고 의미없다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1.10 08: 43

이제 시청률로 그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워낙 콘텐츠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드라마와 예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시청률이 가장 손쉽게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이기는 하나 그것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것. 특히 최근 드라마를 보면 화제성이나 완성도가 시청률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문근영의 2년 만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은 스릴러 드라마라는 장르의 특성상 시청률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됐다. 그럼에도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던 건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대본의 높은 완성도 때문이었다. 또한 기존 드라마처럼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뜬금없이 멜로를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라는 이용석 PD의 당당한 출사표는 더욱 큰 관심을 모으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을’은 촘촘하게 얽힌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자들에게 놀라운 흡인력을 선사했다. 우연찮게 아치아라의 영어 교사가 된 한소윤(문근영 분)이 암매장된 백골사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체는 아치아라에서 절대 권력을 자랑하는 해원철강의 대표 서창권(정성모 분)의 불륜녀이자, 소윤의 언니 김혜진(장희진 분)이었다.

소윤은 혜진이 찾고자 했던 진짜 가족을 찾기 위해 사건 속으로 뛰어들었고, 이 진실 속에는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을 사람들이 깊이 관여되어 있음을 깨닫게 됐다.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한 추악한 진실은 무엇인지, 또 혜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를 추적해 가는 과정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에 애청자들은 방송이 끝날 때마다 제 각각 가장 의심되는 인물을 지목함과 동시에 혜진의 숨겨진 가족사를 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4~5%를 오가는 시청률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물론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MBC ‘그녀는 예쁘다’가 높은 인기에 힘입어 압도적인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을’이 이 정도의 시청률 밖에 없지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배우들과 제작진은 ‘마을’의 완성도에 만족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출을 맡고 있는 이용석 PD는 최근 OSEN에 “‘마을’은 처음부터 제대로 따라와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시청률이 생각보다 높지는 않은데 그래도 다운로드 횟수 등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들었다”며 “제작진과 배우들은 시청률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끝까지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PD는 “‘마을’은 사실 불친절한 드라마다. 하나씩 조각을 맞춰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전체 스토리를 알게 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느끼실 것”이라며 “문근영 씨와도 ‘한 번 소비되고 마는 드라마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다시 돌려보고 복기하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얘기를 하면서 의기투합을 했다”고 극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도 시청자분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결말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해 기대감을 더했다.
이는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도 마찬가지다. 주말폐인 양성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애인있어요’의 시청률은 7~8%. 하지만 화제성만큼은 주말 드라마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MBC ‘내 딸 금사월’이 23%의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지만 방송 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빈도 수는 ‘애인있어요’를 따라오기 힘들다.
최근 21회 방송을 마친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로, 김현주 지진희 이규한 박한별 등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방송 초반에는 불륜, 기억상실 등의 소재로 인해 막장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각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가슴을 후벼 파는 명대사,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 등으로 한 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늪 같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특히 1인 3역을 오가는 김현주의 신들린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지진희의 멜로 연기는 ‘애인있어요’의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현주와 지진희는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라 여겨졌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제대로 진가를 입증하며 극찬세례를 받고 있다. 또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애절한 로맨스는 역대 최고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50부작 드라마인 ‘애인있어요’는 앞으로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더 많다. 이제 최진언(지진희 분)이 아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 여기에 도해강(김현주 분)과 독고용기(김현주 분)의 만남과 천년제약의 비리를 캐내는 일도 남아 있다. 본격 스토리 전개는 이제부터라는 소리다. 그렇기에 현재의 시청률이 전부일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드디어 제대로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 상승 효과를 누리기 시작한 ‘애인있어요’가 앞으로도 지금의 완성도를 유지해 명품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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